지난해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종합부동산세의 약 70%는 상위 1%가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의 공시가격은 평균 835억원에 달했다. 반면 종부세 납부 세액 하위 20%는 전체 결정세액의 0.2% 정도만 부담(1인당 평균 8만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종부세 폐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지방 재정을 감안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종부세 천분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과 법인을 포함해 납부자 상위 1%에 해당하는 4951명은 종부세로 총 2조8824억원을 냈다. 이는 전체 종부세 결정세액(4조1951억원)의 68.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종부세 납부 상위 1%가 전체 종부세의 약 70%를 부담했다는 뜻이다.
상위 1%가 평균적으로 낸 세금은 납부 인원당 5억8000만원이었다.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은 공시가격 기준 총 413조5272억원으로 나타났다. 납부 인원당 평균 835억2000만원가량의 부동산을 보유했던 셈이다.
납부자 상위 0.1%로 범위를 좁히면 이들은 평균 36억5000만원을 세금으로 납부했다. 총납부 규모는 1조8058억원으로 전체 종부세 결정세액의 43.0%를 차지했다.
상위 10%(4만9519명)는 종부세로 평균 7493만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총납부 규모는 전체 세액의 88.5%로 3조7106억원이었다.
납부 세액 하위 20%인 9만9038명이 낸 종부세 규모는 총 75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결정세액의 0.2%에 불과한 규모로, 이들이 낸 세금은 납부 인원당 평균 8만원이었다.
현재 종부세는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사실상 폐지’ 방침을 시사하면서 개편 대상으로 지목된 상태다. 성 실장은 지난달 한 방송에서 초고가 1주택자와 가액 총합이 매우 높은 다주택 보유자에게만 종부세를 물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종부세에 대해 “사실상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산세와 통합하는 방안도 함께 언급했다. 하지만 이후 기획재정부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구체적인 개편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혀 정부 내 엇박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종부세는 부동산교부세의 재원으로 재정여건, 사회복지, 지역교육 등의 기준에 따라 전액 각 지방자치단체에 교부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국회 기재위에 출석해 “정부는 종부세 부담 완화에 노력을 해왔다”면서도 “종부세는 지방의 세수로 활용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고려들이 한꺼번에 같이 있어야 한다. 지역 간 예산을 보정하는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고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을 논의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부남 의원은 종부세가 폐지 또는 완화될 경우 극소수 고자산가들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지방재정이 열악해질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종부세 폐지 또는 완화는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재정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면서 “종부세와 관련해 신중한 접근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지방 재정 확충 대책부터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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