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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자’ 취급 받던 바르베라의 화려한 변신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24-07-12 06:00:00 수정 : 2024-07-14 16: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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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톱와인 바롤로·바르바레스코 명성에 가린 바르베라/영할때 가볍게 마시는 와인으로만 알려져/장기 숙성하면 바롤로·바르바레스코 못지않은 풍미 ‘활짝‘/125년 역사 몬페라토 ‘바르베라 장인’ 스카르파 한국 상륙

 

스카르파 와인.   최현태 기자

코끝을 스치는 숲속의 젖은 흙내음, 담배, 가죽, 버섯의 풍미. 그리고 견과류와 스파이시한 허브향. 와인 한 모금 입에 머금자 순식간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늦가을의 깊은 숲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네비올로(Nebbiolo) 품종으로 빚는 구조감이 탄탄한 ‘이탈리아 와인의 왕’ 바롤로(Barolo) 같군요. 시간이 흐르자 ‘와인의 여왕’ 바르바레스코(Barbaresco)의 우아함도 화려하게 피어올라요. 한 잔의 와인에 바롤로의 강인함과 바르바레스코의 우아함을 모두 담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더구나 품종은 네비올로의 명성에 밀려 ‘서자’ 취급받던 바르베라(Barbera)! 영할 때 가볍게 즐기는 와인으로 알려진 바르베라로 어떻게 이런 빼어난 와인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를 모두 품은 바르베라를 찾아 이탈리아 피에몬테 아스티의 명가 스카르파(Scarpa)로 떠납니다.

 

이탈리아 와인산지. 와인폴리

◆바르베라는 신선할 때 마신다?

 

화이트 트러플이 유명한 이탈리아 미식의 도시 피에몬테를 최고급 와인 산지로 만든 와인은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입니다. 마을 이름이기도 한 두 와인은 모두 피에몬테를 대표하는 레드 품종 네비올로로 만듭니다. 이 품종은 색이 연하고 향도 붉은 과일과 말린 장미꽃 등 꽃향이 많이 나 코로 맡았을때는 피노누아와 거의 비슷합니다. 하지만 반전 매력이 있습니다. 마셔보면 산도가 아주 높고 탄닌도 매우 강해 깜짝 놀라게 됩니다. 그런데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를 제대로 즐기려면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최소한 10년이상은 장기숙성해야 매력을 제대로 뿜어내기 시작합니다.

 

바르베라. 스카르파 인스타그램

반면 바르베라는 오래 숙성시키지 않아도 마시기 좋은 품종입니다. 이에 바르베라는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가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마시는 가벼운 와인 정도로만 알려져 있답니다. 바르베라는 네비올로보다 색이 훨씬 예쁘고 산도는 아주 높으며 레드 베리 같은 신선한 과일 풍미가 많이 납니다. 하지만 레드와인의 미덕으로 여겨지는 탄닌이 약해 탄탄한 느낌이 좀 떨어지는 가벼운 바디감을 지니게 됩니다. 이 때문에 주로 저가 와인으로 생산됩니다. 이탈리아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은 품종이 바로 바르베라일 정도입니다. 최근 생산자들은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오크를 많이 사용하는데 오크에서 숙성하면 강렬한 탄닌감과 부드러움을 좀 더 넣어 줄 수 있답니다.

 

스카르파 바르베라 와인 라 볼리오나 올드 빈티지. 인스타그램

그런데 알고보면 바르베라는 다양한 매력을 지닌 품종이랍니다. 영한 바르베라는 체리, 블랙베리, 라즈베리 등 신선한 과일향이 풍성합니다. 오크 숙성을 거친 수페리오레 바르베라는 바닐라, 견과류, 후추 등 스파이시한 향과 상큼한 산미가 느껴집니다. 한발 더 나아가 10년 이상 오랫동안 잘 숙성된 바르베라는 숲속 젖은 흙, 가죽향 등 애니멀 노트, 담배, 버섯 등의 3차 풍미가 풍성하게 어우러집니다.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를 훌쩍 뛰어 넘을 정도로 묵직한 바디감과 풍미를 품어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화려하게 변신합니다.

 

랑게와 몬페라토 위치.
피에몬테 몬페라토 산지. 피에몬테와인협회
피에몬테 랑게 산지. 피에몬테와인협회

◆바르베라 생산 지역

 

피에몬테는 크게 두 지역으로 구분됩니다.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가 생산되는 서쪽의 랑게(Langhe)와 동쪽의 몬페라토(Monferrato)입니다. 이중 몬페라토에서 최고급 바르바레가 생산됩니다. 2008년 DOCG 등급을 받은 바르베라 다스티(Barbera d’Asti)와 바르베라 델 몬페라토 수페리오레(Barbera del Monferrato Superiore)가 몬테라토를 대표합니다. 여기에 2014년 바르베라 다스티에서 분리돼 별도 DOCG를 받은 니짜(Nizza)는 요즘 최고의 바르베라 산지로 떠올랐습니다. 랑게지역에선 알바(Alba)에서 생산되는 바르베라 달바(Barbera d’Alba)가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바르베라는 다른 품종보다 기후 적응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과일향이 풍성하게 날 정도로 잘 익으면서도 생기발랄한 산도가 잘 뒷받침됩니다. 따라서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적게 받는 품종으로 여겨져 요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너무 과숙하면 당도가 많이 올라 갈 수 있어 수확시기를 잘 조절해야합니다.

 

한국을 찾은 다비데 샴피온 스카르파 CEO. 최현태 기자
바롤로 마을 세부산지.

◆바르베라 다스티의 터줏대감 스카르파

 

바르베라 다스티에서 1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생산자가 스카르파입니다. 한국을 찾은 스카르파 CEO 다비데 샴피온(Davide Champion)과 함께 바르베라의 매력을 따라갑니다. 스카르파 와인은 최대 이탈리아 와인 유통그룹 에티카와인스(Ethica Wines)를 통해 수입사 포도무슈가 단독 수입합니다. 현재 신동혁 소믈리에와 한욱태 소믈리에가 함께 운영하는 서울 청담동 와인바 레꼬빵에 모든 스카르파 와인이 리스트업돼 있습니다.

 

스카르파는 몬포르테 단일 포도밭 포데리 브리키(Poderi Bricchi) 25ha를 통째로 소유하고 있습니다. 랑게에서도 바롤로 마을 11곳중 라 모라(La Morra)와 베르두노(Verduno)와 바르바레스코 마을 3곳중 네이베(Neive)에 5.5ha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모두 MGA로 불리는 특급밭입니다. 라 모라는 론칼리에(Roncaglie) 1.5ha, 베르두노는 몬빌리에로(Monvigliero) 2ha, 네이베는 카노바(Canova) 2h입니다.

 

스카르파 전경.
레꼬빵 스카르파 외인 시음. 최현태 기자

DOCG 4곳, DOC 4곳에서 연간 15만병을 생산합니다. DOCG는 바르베라 다스티,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모스카토 다스티이며 DOC는 네비올로 달바, 돌체토 다퀴(Dolcetto d'Acqui), 베르두노 펠라베르가(Verduno Pelaverga), 몬페라토입니다. 스카르파는 숙성잠재력이 뛰어난 와인을 만들기 때문에 매년 생산되는 와인중 절반은 셀러에 보관하고 1년에 500병 정도씩 장기숙성된 와인을 시장에 선보입니다. 1854년에 만든 몬페라토에서 가장 오래된 스카르파 셀러에는 장기 숙성하는 와인이 2만5000병에 달하며 가장 오래된 빈티지는 1962년입니다. 

 

스카르파 셀러.
스카르파 까사스카르파. 최현태 기자

◆까사스카르파와 라 볼리아나

 

스카르파의 기본급 바르베라 와인은 스카르파 바르베라 다스티 까사스카르파(Scarpa Barbera d’Asti Casascarpa)입니다. 포데리 브리키 포도밭에 자라는 바르베라 100% 와인으로 만듭니다. 라즈베리, 레드체리로 시작해 온도가 오르면 바르바레스코나, 부르고뉴 빌라쥐급 피노누아를 섞은 넣은 듯한 아주 우아한 향들이 폭발적으로 올라옵니다. 재미있는 것은 불과 2021빈티지로 3년밖에 안됐지만 숲속의 젖은 흙, 담배, 가죽, 버섯향 등 10년 이상 숙성된 바르베라에서 느낄 수 있는 3차향이 풍성하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너무 오래 숙성하지 않고 바로 마셔도 좋은데다 빼어난 복합미를 즐길 수 있고 가격까지 매우 착하니 굳이 바롤로나 바르바레스코를 고집할 필요는 없어보이네요.

 

다비데 샴피온 스카르파 CEO. 최현태 기자
스카르파 까사스카르파. 최현태 기자

 다비데 샴피온 CEO는 손님이 처음 집에 들어왔을 때 내어주고 싶은 편안한 와인이라는 의미를 담아 집을 뜻하는 까사 스카르파로 와인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합니다. “최근 오크숙성을 많이하고 산도를 둥글게 만든 모던한 스타일로 바르베라 와인을 만드는 경향이 있어요. 왜냐하면 바르베라 품종 자체가 산도가 매우 높은 캐릭터를 지녔기 때문이죠. 소비자들이 높은 산도를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 약간 모던한 스타일로 만들어요. 하지만 스카르파는 다릅니다. 원래 바르베라는 향이 좋고 산도가 좋은 품종인데 그게 강점이에요. 따라서 전통 스타일대로 바르베라의 캐릭터를 최대한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스카르파 라 볼리오나. 최현태 기자

스카르파 바르베라 다스티 수페리오레 라 볼리오나(Scarpa Barbera d’Asti Superiore La Bogliona)는 스카르파의 아이콘 와인입니다. 해발 350~400m의 남서향으로 펼쳐진 포데리 브리키 포도밭은 대부분 점토와 약간의 모래 토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마그네슘이 많아서 미네랄이 굉장히 풍부합니다. 라 볼리오나는 이런 포도밭에서도 가장 뛰어난 구획에서 자라는 평균 수령 30년의 바르베라로 만듭니다.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여 바르베라의 집중도와 복합미가 매우 뛰어납니다. 라즈베리, 블랙체리, 검은자두로 시작해 민트 등 기분좋은 허브향이 올라오고 시간이 지나면서 커피향도 어우러집니다. 매끄러운 탄닌과 중후한 느낌의 농축미와 무게감이 입안을 꽉 채우고 좋은 산도감과 미네랄이 긴 여운을 남깁니다.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하며 18~20일간 스킨 컨텍과 젖산발효를 거친 뒤 50헥토리터(hl) 크기의 대형 프렌치 알리에 오크통에서 24~36개월 숙성하고 다시 2년 이상 숙성해 시장에 선보입니다. 연간 생산량은 9000병에 불과합니다.

 

스카르파 라 볼리오나. 최현태 기자

“까사 스카르바는 좀 더 편하게 바로 즐기는 스타일로 만든 바르베라로 붉은 과일향이 많이 느껴집니다. 반면 라 볼리오나는 검은 과일향이 지배적이죠. 아이콘 와인인만큼 오래 숙성한 뒤 출시하며 숙성 잠재력도 굉장히 뛰어납니다. 바롤로나 바르바레스코보다 늦게 출시할 정도죠. 오랫동안 오크숙성하지만 스카르파는 오크가 와인을 덮어버리는 캐릭터를 선호하지 않아요. 따라서 오크향이 우아하게 잘 녹아 있는 정도로만 빚어 여전히 과실미가 아주 신선합니다. 또 기분좋은 허브향과 은은한 나무향도 느껴집니다.”

 

스카르파 바르베라 다스티 와인. 최현태 기자

바르베라는 이처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는 캐릭터가 달라질 수 있는 품종입니다. 영하게 만들면 카사 스카르파처럼 편하게 바로 즐길 수 있고 오래 숙성하면 라 볼리오나처럼 최고급 바르베라로 빚어집니다. 스카르파의 두 번째 와인메이커이자 오너인 마리오가 바르베라 품종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숙성하는 스타일로 만들어낸 덕분입니다. 그가 바르베라도 오랜 숙성을 통해서 최상급 레드와인으로 빚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 피에몬테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이유랍니다. “스카르파는 시간과 기다림의 철학을 지닌 생산자로 얼마나 더 병에서 숙성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연구합니다. 클래식한 빈티지라면 20년 숙성하면 더 좋게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고 뛰어난 빈티지는 30~35년 숙성했을때 더 빼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준답니다.”

 

스카르파 바르바레스코 떼띠네이베. 최현태 기자
스카르파 바르바레스코 떼띠네이베. 최현태 기자

◆특급밭에서 탄생한 바르바레스코와 바롤로

 

스카르파 바르바레스코 테티네이베 (Scarpa Barbaresco Tettineive)는 바르바레스코 3개 마을 중 가장 우아한 바르바레스코로 유명한 네이베(Neive) 마을에서도 MGA로 부르는 특급 포도밭인 까노바(Canova)에서 자라는 네비올로로 만듭니다. 떼띠는 머리, 최고급이란 뜻으로 네이베 마을에서 최고의 포도밭에 탄생한 와인이란 뜻을 담았습니다. 24개월 프랑스산 오크 배럴과 슬로베니안 오크(50hl)에서 숙성하고 다시 12개월 병 숙성한 뒤 출시합니다. 수백만송이 장미가 활짝 핀 정원에 서있는 것 같네요. 장미꽃향이 풍성하게 피어올라 정신을 아찔하게 만듭니다. 바이올렛 등 보라색꽃향의 이미지도 어우러집니다. 온도가 오르면 우아한 오크향이 피어나면서 깊은 복합미가 더해집니다.

 

스카르파 네비올로 달바. 최현태 기자
스카르파 바롤로 떼띠모라. 최현태 기자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도 긴 시간을 들여 전통방식으로 만듭니다. 바르바레스코는 무엇보다 엘레강스를 추구해요. 너무 향이 강하거나 센 스타일은 원하지 않기에 섬세하고 부드러운 스타일로 빚는답니다.” 스카르파 바롤로 테티모라 (Scarpa Barolo Tettimorra)도 라 모라 마을에서도 가장 뛰어난 MGA 포도밭 론칼리에(Roncaglie)에서 탄생합니다. 론칼리에는 해발고도 300m, 남동향 포도입니다. 바롤로 특급밭답게 구조감이 탄탄하고 파워풀 하면서도 부드러은 탄닌이 어우러집니다. 리코리스, 바이올렛향이 피어나고 담배향도 살짝 느껴집니다.

 

다비데 샴피온. 최현태 기자
스카르파 몬페라토 비앙코 티모라쏘. 최현태 기자

◆피에몬테 화이트 티모라소 마셔봤나요

 

스카르파는 바르베라 외에도 돌체토(Dolcetto), 티모라소(Timorasso), 루케(Rouchet), 브라케토(Brachetto)까지 재배하고 허브를 넣어 만드는 술 베르뭇(Vermut)도 생산합니다.

 

스카르파 몬페라토 비앙코 티모라쏘(Scarpa Monferrato Bianco Timorasso)는 티모라소 100%로 빚는 화이트 와인입니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해 7~10개월 탱크 숙성한뒤 병입해 24개월 숙성을 거칩니다. 연간 생산량은 4950병에 불과합니다. 노란색의 진한 꽃향기로 시작해 잘 익은 과일향, 카모마일 등 향기로운 허브향이 곁들어지고 꿀향과 부싯돌의 미네랄도 더해집니다.

 

스카르파 몬페라토 비앙코 티모라쏘. 최현태 기자

티모라소는 피에몬테 전통 토착 품종중 하나로 멸종 위기에 처했다가 피에몬테 동쪽 알렉산드리아의 콜리 토르토네지(Colli Tortonesi)에서 발테르 마싸(Walter Massa)가 복원에 성공한 뒤 생산량이 늘고 있는 품종입니다. 피에몬테 외에서도 티모라소를 재배하려는 시도가 많았지만 굉장히 예민하고 질병에 취약하며 고르게 익지 않아 결국 재배에 실패했습니다. 이회토가 풍부하고 높은 고도에 일조량이 좋은 피에몬테 테루아에서만 잘 자라는 특별한 품종입니다. 샤르도네처럼 향긋하면서도 리슬링의 패트롤향, 짭조름한 미네랄, 허브향이 느껴져 마치 샤르도네외 리슬링을 섞은 느낌입니다. 특히 숙성 잠재력이 뛰어나 10~15년도 잘 버팁니다. 티모라소는 원래 신선하고 가볍게 먹는 스타일 아니고 숙성돼야 캐릭터가 제대로 살아나는 품종입니다. 이에 피에몬테 전통적인 화이트 와인 가비를 만드는 코르테제 품종과 아르네이스 품종보다 요즘 더 떠오르고 있습니다.

 

스카르파 루쉐. 최현태 기자

스카르파 몬페라토 로쏘 루쉐 스카르파(Scarpa Monferrato Rosso Rouchet)는 몬페라토 언덕의 토착 레드 포도품종 루케로 만듭니다. 라즈베리, 블랙베리로 시작해 제비꽃, 장미, 제라늄, 아이리스 등 꽃향이 피어나고 카모마일, 정향의 다채로운 아로마가 올라옵니다. 12개월 탱크 숙성 후 병입해 12개월 이상 숙성합니다. 티모라소처럼 거의 잊혔던 토착 품종으로 조금씩 생산이 늘고 있습니다. 허브향이 풍부한 세미 아로마틱 품종으로 아시아의 스파이시한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피에몬테 토착 품종으로 확인되기 전까지 프랑스 품종으로 알려져 루쉐로 불렀다고 하네요.

 

스카르파 모스카토 다스티. 최현태 기자

스카르파 모스카토 다스티 타코 도디치(Scarpa Moscato d'Asti Tacco Dodici)는 모스카토 비앙코 100% 세미 스위트 와인입니다. 버블이 아주 약하게 있는 모스카토 다스티는 한국에서 매우 인기있는 와인입니다. 잔당은 130g으로 잘 익은 살구, 복숭아, 파인애플이 풍성하게 피어나고 시간 지나면서 꿀향도 살짝 더해줍니다. 당도와 산도의 밸런스가 아주 뛰어나 질리지 않는 달콤함을 선사합니다.

 

스카르파 포도밭.  인스타그램

◆스카르파 역사

 

스카르파는 1879년 베니스 부라노에서 태어난 안토니오 스카르바(Antonio Scarpa)가 1900년 니짜로 이주해 와이너리를 설립하면서 역사가 시작됩니다. 그가 고향을 떠나 니짜에 정착한 이유는 사랑 때문입니다. 그는 니짜 출신의 에르네스티나 오타비아 데안토니오에(Ernestina Ottavia Deantonio)와 사랑에 빠졌고 그녀를 위해 니짜로 이주해 1908년 결혼합니다. 그가 니짜로 옮긴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아스티를 포함한 몬페라토가 최고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뛰어난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처음에 포도를 매입해 병입하는 네고시앙 스타빌리멘토 에놀로지코 스카르파(Stabilimento Enologico Scarpa)로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바르베라 품종에 매료돼 피에몬테에서 최고의 바르베라 생산에 주력했고 1930년대에 이미 피에몬테에서 유명한 와이너리로 성장합니다. 스카르파는 랑게(Langhe) 지역으로도 외연을 확장했고 바롤로에서 포도를 가져와 1940년 최초의 스카르파 바롤로도 선보입니다. 규정에 따라 랑게 와인은 랑게에서 병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스카르파 와이너리는 니짜에 있지만 랑게 와인을 이곳에서 병입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용됩니다. 규정이 생기기전부터 몬페라토에서 와인을 만들던 생산자들을 존중해 이런 예외를 뒀습니다.

 

3대 와인메이커 카를로 카스티노(왼쪽)와 4대 와인메이커 실비오 트린체로.

유서 깊은 많은 와이너리들이 자식에게 대물림되고 있지만 스카르파는 좀 다릅니다. 안토니오 스카르파가 자기가 일군 와이너리를 아무에게나 줄 수 없어서 수소문 끝에 와인을 잘 만들고 열정이 있는 와인메이커 마리오 페세(Mario Pesce)를 찾아내 와이너리를 맡깁니다. 마리오는 바르베라의 뛰어난 잠재력을 더 이끌어내 스카르파의 아이콘 와인 라 볼리아나를 탄생시킵니다. 자식이 없던 마리오는 자신의 옆에서 와인 양조를 돕던 조카 카를로 카스티노(Carlo Castino)에 와이너리를 넘겼고 카를로가 2007년 은퇴한 뒤에는 그의 제자인 실비오 트린체로(Silvio Trinchero)가 와인을 인수에 양조를 이끌고 있습니다.

 

스카르파 빌라. 인스타그램
스카르파 빌라.

 올해 82세인 카를로는 지금도 매일 와이너리를 방문해 자식과도 같은 제자 실비오 와인 양조를 놓고 다양한 의견을 나눈다고 하네요. 12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와인메이커는 4명 뿐이라 스카르파의 전통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카르파는 바롤로 베르두노 마을 특급밭 몬빌리에로에서 수영장을 갖춘 럭셔리 빌라도 소유하고 있어 며칠 묶으며 피에몬테의 미식과 와인을 즐길 수 있습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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