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존 미어샤이머·서배스천 로사토/ 권지현 옮김/ 서해문집/ 2만4000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과 관련해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국가 등 대부분 나라가 비합리적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밋 롬니 미국 상원의원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푸틴은 비논리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실을 증명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비이성적인 독재자”, “제국주의적 야망을 품은 과대망상증 환자” 등으로 푸틴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런 주장들이 ‘합리성’에 관한, 일견 그럴싸해 보이지만 결국 잘못된 통념에 기반한 것이라고 꼬집는다. 합리적이면 성공하고 비합리적이면 실패하는 것도 아니고, 합리적이라고 꼭 도덕적인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요컨대 국제정치에서 합리적 결정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신뢰성 있는 이론과 신중한 결정 과정에서 비롯된다고 본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은 합리적이었다는 게 저자들의 판단이다. 책에 따르면 푸틴과 보좌진은 ‘세력 균형 이론’을 바탕으로 서방이 우크라이나(나토 가입)를 러시아에 대한 방어막으로 만들려는 속셈을 간파했다. 이를 러시아 안보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위협으로 간주하고 강력 경고했지만 미국과 그 동맹국(나토 회원국)들이 귀담아듣지 않자 푸틴은 전쟁을 선택했다.
국제 정치외교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존 미어샤이머가 제자와 함께 쓴 책에는 이처럼 ‘국가는 합리적으로 행동하는가?’라는 국제정치학의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획기적 고찰이 담겼다.
저자들은 조지 부시, 블라디미르 푸틴, 아돌프 히틀러 등 과거와 현재의 세계 지도자들이 두 차례 세계대전부터 냉전, 탈냉전 시대에 이르기까지 중대한 역사적 사건의 맥락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했는지를 조사하여 ‘국가의 합리성’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한다. 냉전 이후 미국의 나토 확장 전략은 합리적인가? 제1차 세계대전을 개시하기로 한 독일의 결정,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 진주만을 공격하기로 한 일본의 결정은 합리적인가? 1960년대 미국의 쿠바 침공,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또 어떤가.
이 책은 한 국가의 ‘대전략’과 ‘위기 대응 전략’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지도자와 정책결정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다른 국가를 상대하기 위한 정책은 어떻게 만드는지를 이론적·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위해 먼저 ‘국가의 합리성’이란 무엇이고 국가는 과연 ‘합리적 행위자’인가를 물으며 이론적으로 논증해간다. 아울러 불확실성이 큰 국제정치 무대에서 국가가 합리적으로 행동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또 국가의 합리성을 실증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국가가 합리적으로나 비합리적으로 행동했던 역사적 사례들을 구체적이고 생생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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