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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앞에서 책상 내리친 김진표 “실업계 출신이 왜 좋은 실업계 학교 신설 반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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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12 09:51:16 수정 : 2024-07-12 09: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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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 왔는가’에서 경제·교육부총리 시절 이명박 서울시장과의 일화 소개
민주당의 이재명 ‘일극 체제’와 강성 지지층 ‘개딸(개혁의 딸)’ 영향력에 비판과 우려도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그렇게 싫은 소리와 무안을 당하고도 본인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반대진영의 정책도 기꺼이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펴낸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사이드웨이)에서 노무현정부 시절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할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하면서다. 

 

회고록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경제부총리 시절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교육환경이 좋은 강남 부동산 투기 억제책으로 당신이 주장하는 은평·도봉뉴타운 건설을 강북 전역으로 확대하고 신속하게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 시장은 당시 서울시 교육감이 자립형사립고 등 좋은 고등학교를 인가해주지 않아 조기 추진이 어렵다고 반응했다.

이에 김 경제부총리는 “윤덕홍 교육부총리 등과 협의해 강북에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한 뒤, 강북 신도시 추진 대책을 강남 부동산 투기 억제대책에 포함해 발표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왼쪽),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후 그가 교육부총리가 되자 이 시장이 찾아와 “경제부총리 시절 약속한 빚을 갚으라”고 요청했다. 김 교육부총리는 “외국어고는 사교육을 조장하는 실패한 정책이니 불가하고 자사고는 인가하겠다”며 “아울러 도봉구 등 중산층·서민 주거지역에는 독일의 마이스터고와 같은 좋은 실업계·전문계 고등학교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이 시장은 대번에 얼굴 표정이 굳더니 “집값 떨어진다”고 강력히 반대했다. 순간 김 교육부총리는 책상을 크게 내려치며 “당신은 실업계 동지상업고등학교 야간을 나오지 않았어요? 그런 당신이 왜 좋은 실업계 학교 신설을 반대합니까?”라고 나무라듯 말했다. 당시를 떠올린 김 전 의장은 “그때 그가 우물쭈물 ‘그래도 집값 생각을 안 할 순 없지 않겠습니까’라고 덧붙인 게 기억난다. 그리고 우리는 떨떠름하게 헤어졌다”고 썼다.

 

김 전 의장은 “몇 년 뒤 이명박은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당시 (청와대) 교육수석이었던 이주호를 내게 보내 마이스터고 제도를 상세히 듣고 실행하라고 지시했다”며 “이 마이스터고 활성화 정책이 이명박 정권 최대 치적이라는 평가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훗날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적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판단 기준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과 달랐다. 그는 옳고 그름을 따랐다기보다는 유불리에 기반해 선택하고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실리적인 정권 운영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 건 그의 실리주의가 공익보다는 사익을 위해 복무한다는 혐의가 짙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일극 체제’와 이재명 강성 지지층 ‘개딸(개혁의 딸)’ 영향력 큰 민주당 상황에 비판과 우려 목소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새 지도부를 뽑는 경선을 앞둔 가운데, 김 전 의장은 한국 정당 시스템이 지도자를 배출하는 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내가 수십여 년 동안 몸담았던 당(민주당) 안에서도 당의 실권자들이 자신의 인맥을 자리에 앉히려고 공천권을 어이없이 휘두른 경우가 정말 많았다. 그런 패거리 정치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과 개혁이 필요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고 하면서다. 그는 특히 “우리 정당 안에서 합리적인 경쟁구조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국민의힘 같은 보수정당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이재명 일극 체제’가 굳어진 민주당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민주당 역시 당 대표 일극의 권력 구도가 형성돼 오로지 ‘오너’의 의중과 심기에 맞춰 행동하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를 공천하는 과정에서도 오너와 절대로 국민 전체를 대변한다고 볼 수 없는 일부 극성 지지자들의 영향력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이, 과연, 제대로 된 지도자를 양성하고 선출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당시 이재명 대표와 측근들이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을 등에 업고 노골적으로 비명(이재명)계 인사들을 쳐내며, 친명(이재명)계를 대거 꽂아 넣은 행태를 겨냥한 비판으로 들린다. 

 

김 전 의장은 “이런 상황에서 나는 정당이 과연 필요한 조직인가 의문이 든다”며 ”대통령이나 당 대표의 눈치를 보는 정당, 당원이 정당의 주인이라는 그럴 듯한 말로 가린 팬덤 정당은 결국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헤치고 만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국식 정당구조인 원내정당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정당정치의 근본과 같은 미국에는 중앙당과 당 대표가 없다. 공천은 중앙당이 주도하는 공천심사위원회가 아닌 국민참여경선제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천과 관련해 특정 인물이 주도권을 쥘 수가 없어, 공천권 때문에 자기 소신을 버리거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면서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입법·원내 활동을 총괄하고 책임지며 긴 기간 활동하면서 철저하게 원내 중심이기 때문에 입법부 본연의 역할에 더 가까워지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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