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200년만에 폭우 부른 ‘띠 장마'의 정체… 기상청도 예보 ‘두 손’ [날씨+]

, 이슈팀

입력 : 2024-07-13 22:02:02 수정 : 2024-07-13 23:53:1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강한 저기압 발달할수록 폭이 좁은 비구름 발달
“폭 좁아질수록 강수 강도는 강해져”

지난 10일 새벽 전북 군산에 비가 무섭게 내렸습니다. 공식기록은 시간당 최다강수량이 131.7㎜(오전 1시 42분∼2시 42분)인데요, 비공식기록으로는 9일 오후 11시 51분부터 10일 오전 0시 51분까지 군산 어청도에 시간당 최다강수량이 146.0㎜로 관측됐습니다. 비공식기록이라 하는 이유는 지정된 기후관측지점이 아닌 자동기상관측장비(AWS)로 관측한 값이라 그렇습니다. 군산 안에서도 AWS로 날씨를 기록하는 지점은 6개인데 그중에 ‘공식기록’으로 인정하는 곳은 한 곳입니다. 

 

지난 10일 전북 군산시 일대에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중앙로 일대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군산시 제공

같은 이유로 2022년 8월 서울 대방동에 있는 기상청에 내렸던 시간당 141.5㎜(오후 8시 5분∼오후 9시 5분)의 기록적인 폭우도 공식기록은 아닙니다. 서울 공식기록은 종로구 송월동 관측소가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비공식기록으로 집계된 시간당 최다강수량이 더 많다고 해서 공식기록으로 인정된 강수량이 적은 비였던 것은 절대 아닙니다. 1995년부터 올해까지 30년 동안, 우리나라에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6∼8월에 군산에 시간당 강수량이 100㎜를 넘었던 날 자체가 지난 10일이 처음입니다. 10일 일 강수량은 209.5㎜인데 200㎜는커녕 일 강수량 자체가 130㎜를 넘는 날이 채 20일이 안 됩니다. 일 강수량이 130㎜를 넘은 날도 1995년에 1번, 1998년에 1번, 2000년에 1번, 2005년에 2번 있던 후로는 모두 2010년 이후입니다.

 

최근 30년 동안 군산에 일 강수량이 130㎜를 넘었던 날과 강수량. 총 18일 중 대부분이 2010년대에 몰려 있다. 기상청 제공

기존에 군산에 시간당 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때는 2010년 7월23일 내린 81.0㎜였습니다. 하루 내내 내린 비가 130㎜를 넘은 날도 30년 동안 채 한 달이 안 되는데, 이만큼의 비가 1시간 사이 온 것은 정말 기록적인 폭우입니다. 보통 시간당 30㎜면 자동차 와이퍼를 제일 빠르게 해도 앞을 보기 힘들고, 시간당 50㎜를 넘어가면 도시의 보통 배수량을 능가하며 어디선가 침수가 시작되고, 시간당 100㎜를 넘어가면 하천이 범람하는 상황으로 여겨집니다.

 

군산에서는 처음이어도 130㎜의 비가 아예 드문 양은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남쪽 수증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공급받는 제주 서귀포도 공식적으로 일 강수량이 130㎜를 넘은 날은 최근 30년간 24일뿐이었습니다.

비가 내린 지난 10일 한 시민이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사계해안로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전북 군산시 미룡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 빗물이 들어와 있다. 연합뉴스

올해 장마를 설명할 때 빈번히 사용되는 표현이 ‘띠 장마’입니다. 보통의 정체전선보다 동서로 길고 남북으로 좁게 발달하는 비구름대 형태가 얇은 띠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좁은 비구름대 영향을 받는 지역에 매우 강한 비를 쏟아내고 조금만 거리가 떨어진 다른 지역도 상대적으로 강수량이 매우 적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마치 10일 군산과 전북 부안(일 강수량 21.6㎜)처럼요.

 

이렇게 띠처럼 남북으로 좁은 장마가 내리는 원인은 명확합니다. 바로 저기압 때문입니다. 여름철 남쪽에서 확장하는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쪽에서 내려오는 상대적으로 차고 건조한 공기의 경계면에 발달하는 정체전선에 저기압이 합류하면 정체전선 폭을 더 좁게 만들고 그럴수록 강수 강도는 더 강해집니다. 저기압은 회전 방향에 따라 위쪽에 있는 상대적으로 건조한 공기는 끌어내리고 아래에 있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는 끌어올리는데, 그럴수록 정체전선은 남북으로 압축되는 탓입니다.

 

최근 30년 동안 서귀포에 일 강수량이 130㎜를 넘었던 날과 강수량. 우리나라에서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으로 손꼽히는 서귀포도 30년간 일 강수량이 130㎜를 넘은 날은 한 달도 안 된다. 기상청 제공

결국 저기압 힘이 셀수록 폭이 좁은 ‘띠 장마’로 강한 비가 내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장은철 공주대 교수(대기과학)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북태평양고기압을 탄성이 좋은 큰 공이라고 생각하면, 저기압은 이 공을 돌아 지나가게 되는데 저기압이 셀수록 고기압을 누르면서 지나갈 수 있어서 정체전선을 조금 더 압착할 수 있다”며 “이렇게 압착시키는 힘은 저기압의 강도와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사실 저기압은 늘 장마 때마다 비가 내리는 데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 저기압이 점점 더 힘이 세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온도가 오를수록 저기압은 수증기와 열에너지를 쉽게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장 교수는 “서해가 전 지구 해역 중 굉장히 따르게 온난화가 되고 있는 해역”이라며 “현재까지 추이를 보면 저기압으로 강수 강도가 점점 강해지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박신혜 '미소 천사'
  • 박신혜 '미소 천사'
  • 이세영 '청순미 발산'
  • 뉴진스 다니엘 '반가운 손 인사'
  • 박규영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