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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김의 심리학…“외모가 면접에 영향을 준다면 억울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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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14 05:36:17 수정 : 2024-07-14 05: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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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부터 탈모로 고통 겪은 정신의학 전문의가 쓴 외모심리학 서적 ‘못 생김의 심리학’
외모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건네는 ‘마음 처방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 몸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는 ‘신체 이미지’가 긍정적인 게 바람직”

“의료 현장에서 진료하다보면 ‘신체 이미지’ 문제를 겪는 환자들을 심심찮게 만나곤 합니다. 거식증이나 폭식증처럼 신체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된 질환 외에도 외모가 우울증, 스트레스 질환을 유발하는 촉매로 작용하는 경우를 목도합니다.”

 

정신의학 전문의 이창주가 외모심리학 대중서 ‘못 생김의 심리학’(몽스북)을 쓰게 된 이유다. 이 책은 고등학생 때 시작된 탈모 증세로 고통을 겪었던 저자가 외모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건네는 마음 처방전이다.

 

책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외모 스트레스의 원인을 물었을 때 대부분(체감상 90∼95% 이상) “못생겨서 스트레스가 생겼다”고 답한다. 이는 외모 자체가 아니라 당사자가 인식하는 자신의 몸에 대한 이미지에 기인한다. 타인의 눈에 맺히는 객관적인 모습보다 자기 머릿속에 그려지는 주관적인 상, 즉 신체 이미지를 외모 자체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거다. 신체 이미지를 파악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거울이나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이 싫지 않다면 신체 이미지가 양호하다는 뜻이다. 반대로 부정적느낌이 들면 신체 이미지 문제를 의심해봐야 한다. 자존감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외모 스트레스가 생기는 이유는 상대성이다. 예컨대 흔한 고민거리인 작은 키, 못생긴 얼굴, 과체중 스트레스는 남들만큼 못하니 고충을 겪는 것이다. 상대적인 외모가 스트레스라면 사람을 볼 때 외모가 아닌 다른 특성(건강, 인성, 지능, 운동신경 등)도 입체적으로 살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생김새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전부가 아닌 일부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부당한 비교 경향(예쁘고 잘생긴 사람과 비교, 콤플렉스 부위만 비교하는 것)을 우선 바로 잡아야 하는데, 정신의학자 프랑수아 를로르의 말대로 행복의 첫 번째 비밀은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에는 외모 문제를 토로하는 상담자 사례들도 소개돼 와닿게 읽힌다.

 

어릴 때부터 외모에 자신이 없고 공부도 못해 자존감이 낮았다는 20세 여성 A씨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으면 성형 수술을 할 계획이다. “솔직히 여자는 얼굴이 예쁘면 다 용서가 된다고 하잖아요. 드라마에서도 그렇고, 손님들도 예쁜 알바한테만 친절하고요. 성형을 하고 나면 틀림없이 제 인생도 달라질 거예요.”

 

저자는 우리 사회 성형 열풍의 기저에 ‘예뻐지면 인기가 많아질 거야’, ‘외모가 변하면 인생이 달라질 거야’라는 환상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성형을 고민 중이라면 기대치가 현실적인지 여부를 점검하라고 조언했다. ‘성형→외모 변화→자존감·신분 상승’이 당연한 듯 환상을 품게하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일부 성형외과의 수술 전후 사진 홍보의 함정을 거론하면서다. 수백 건 수술 중 가장 잘 된 몇 건만 홍보하고 위험성과 부작용은 축소하거나 감춘다는 것이다. 주변이나 인터넷에서 ‘예쁜 외모=성공한 인생’, ‘성형=인생 역전’에 부합하지 않는 사례가 무수히 많다고. 저자는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외모만으로 모든 걸 반전한 사례는 없다”고 단언한다.   

 

“결국 신체 이미지는 타인의 눈에 담기는 상이 아닌 내가 나를 바라보는 내면의 거울입니다. 설령 다른 사람의 눈에 부정적으로 비쳐도 내가 그 모습을 수용한다면 신체 이미지는 양호합니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으면 외모 스트레스에 취약해집니다. 거울에 비치는 모습과 무관하게 외부 시선과 말에 위축되고 사소한 변화에도 예민해집니다. 정도가 심하면 사회 불안을 느끼다 종국에는 고립에 이르게 되고요.”  

 

다음은 일부 고민 사례별 조언 요약. 

 

#2차 면접을 앞둔 취업 준비생이다. 대학 동창 한 명도 같이 볼 예정인데 그 친구는 토익, 학점을 비롯한 스펙은 저보다 별로지만 많이 예쁜 편이다. 어제 저녁 그 친구와 카톡을 하던 중 “나는 면접에서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 외모에 자신 있어서 하나도 걱정 안 한다”라는 식으로 얘기하던데 정말 그런가? 외모가 면접에 영향을 주는 게 사실이라면 많이 억울할 것 같다.

 

조언=면접 시 외모 후광은 불합리해도 받아들여야 한다. 지원자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니 가능한 범주 내에서 겉모습을 가꾸는 게 현실적이다. 외모 외의 매력(적극성, 유머 감각, 유려한 말솜씨 등)을 보여준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극소수 직장을 제외하면 외모는 곧 인상을 의미한다. 단순히 예쁘고 잘생긴 모습이 아닌 단정한 옷차림, 차분하고 정중한 태도 등 외면에서 풍기는 전반적 분위기를 말한다. 

 

#외모 콤플렉스가 심한 20대 중반 남성이다. 키가 작고 체구도 말라 학창 시절 별명이 멸치였다. 인터넷에서 ‘남자는 자신감’이라고 해 한 달 전 웨이트를 시작했는데 어제 피트니스 클럽에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는 사람을 봤다. 근육을 빨리 키울 수 있다고 해서 귀가 솔깃한데, 부작용도 있다고 해서 고민이다.

 

조언=‘외모 스트레스=여성의 전유물’ 등식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시대다. 생각하는 방식에 따라 스트레스의 크기가 달라진다. 긍정적인 신체상을 형성하려면 ‘남자는 어떠해야 한다’라는 식의 당위적 사고를 가지치기해야 한다. 딱딱한 생각, 뻣뻣한 신념들을 합리적 신념으로 대체할수록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소개팅을 앞둔 30대 여성이다. 성격도 털털하고 직장도 좋은 편인데 외모에는 별로 자신이 없다. 사진을 교환하긴 했지만 실제 모습이랑 차이가 있어 걱정된다. 소개팅에서 애프터를 받은 적이 없이 이번에도 결과가 안 좋을까 봐 걱정이다.

 

조언=외모 후광은 분명 강렬하다. 표면적으로는 “나는 외모를 안 봐, 외모는 중요하지 않아”하고 부정하는 사람이 많지만 속마음은 다르다. 적어도 첫 만남에서는 ‘외모=전부’라고 뇌가 착각한다. 하지만 후광으로 인한 사회적 지각의 오류는 영원하지 않다. 첫인상은 상시 변화하니 섣불리 포기하는 대신 장기적 안목으로 바라보는 게 좋다. 후광 효과의 본질은 외모가 아니라 시간이다. 신체상이 부정적일수록 ‘∼할 수 없었던 건 외모 때문이야’라고 자포자기하기 쉬운데, 보다 입체적 사고방식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 뇌는 모든 정보를 골고루 받아들이며 생김새가 동일해도 다른 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신체 이미지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게 “아픔 자체보다 그것을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는 게 더 유해하다.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정체된 생각은 반추를 거쳐 인지 왜곡과 자기 비하로 귀결된다”며 적절한 시점에 타인과 그 감정을 나누길 권한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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