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스페인이 유럽선수권대회 정상을 탈환하며 유럽 최강국으로 등극했다. ‘축구종가’ 잉글랜드와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은 또 무관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스페인은 15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린 유로 2024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2-1로 격파했다. 이로써 스페인은 1964, 2008, 2012년에 이어 통산 4번째 유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 대회 전까지 독일과 3회로 최다 우승 공동 1위였던 스페인은 이날 승리로 사상 첫 4회 우승팀으로 등극하며 명실상부한 유럽 최고 축구팀으로 우뚝 섰다. 유로 2008,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유로 2012를 연이어 제패한 뒤 부진을 겪은 스페인은 성공적인 세대교체 속에서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반면 2회 연속 유로 결승에 진출한 잉글랜드는 또다시 트로피를 놓쳤다. 지난 대회서 잉글랜드는 이탈리아에 우승컵을 내줬고, 이번엔 무적함대에 무릎을 꿇었다. 축구종가라 불리는 잉글랜드는 1966년 자국에서 개최한 월드컵 외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고 골잡이로 꼽히면서도 소속팀과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좀처럼 우승하지 못하는 케인도 기구한 무관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스페인 중원의 핵심 역할을 하며 우승을 이끈 ‘챔피언’ 로드리(맨체스터 시티)에게 돌아갔다. 경기 전날인 13일 17번째 생일을 맞이한 스페인의 ‘천재’ 라민 야말(바르셀로나)은 베스트 영플레이어로 선정됐다. 이날 결승전에 선발 출전해 2016년 대회 때 헤나투 산시스(포르투갈)의 18세 327일을 앞당기며 유로 결승전 최연소 출전 기록을 새로 쓴 야말은 도움 하나를 추가하며 대회 도움왕(4개)에도 올랐다. 득점 부문에선 케인과 스페인의 다니 올모 등 6명이 3골로 공동 1위에 올랐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가운데, 스페인이 후반 시작과 동시에 균형을 깼다. 후반 1분 야말이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페널티 아크 쪽으로 이동하며 보낸 패스를 니코 윌리엄스가 골 지역 왼쪽으로 쇄도하며 왼발 마무리로 골문을 열었다.
이후 스페인의 파상 공세가 이어지며 수세에 몰린 잉글랜드는 주장 케인을 올리 왓킨스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25분엔 마이누 대신 콜 파머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용병술은 적중했다.
전반 28분 부카요 사카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보낸 패스를 주드 벨링엄이 페널티 지역 안에서 밖으로 연결했고, 파머가 페널티 아크 오른쪽에서 그림같은 왼발 슛을 꽂았다.
잉글랜드가 분위기를 가져왔지만, 스페인이 후반 41분 결승골을 터뜨렸다. 왼쪽 측면에서 마르크 쿠쿠레야의 크로스를 교체로 투입된 미켈 오야르사발이 골대 앞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며 다시 앞서 나가는 득점을 만들어냈다. 후반 23분 알바로 모라타 대신 그라운드를 밟은 오야르사발은 우승컵을 조국에 안기는 천금 같은 결승포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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