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에서 총은 자유와 독립의 상징이다. 미 수정헌법 2조에는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를 지닌 주(州)의 안위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총을 가지지 못한 인간은 자유인이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전 세계 인구의 5%밖에 안 되는 미국인이 전 세계 총기의 40%(약 3억9000만정)를 소유하고 있는 이유다. 미국에서 총기를 살 수 있는 가게는 맥도널드 점포의 4배에 이른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의 총기 관련 사망자 수는 4만8830명이다. 같은 해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많다. 하루 평균 134명이 총기에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2013년만 해도 대량 총기 난사 사고가 256건이었지만 2019년 415건, 2020년 610건, 2021년 690건으로 가파르게 뛰었다. 총기 규제 문제는 미국 보수, 진보 진영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미국인의 총기 소지권을 위한 전사가 되겠다. 총기 사건은 정신 건강의 문제다.”(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얼마나 더 많은 미국인이 죽어야 하나. 공화당은 총기 규제에 협조하라.”(조 바이든 대통령)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발생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을 계기로 총기 규제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저격범이 사용한 총기는 대량 살상 무기로 악명을 떨친 AR-15이다. 이 소총은 특히 기관총처럼 연사 기능을 높여주는 부착 장치 범프스톡과 결합하면 살상력이 극대화된다. 110만원 정도라 비싸지 않고 신분증만 제시하면 자유롭게 구할 수 있다. 업계는 미국 전역에 최소 2000만정이 보급된 것으로 추정한다.
민주당은 AR-15를 포함한 각종 반자동 소총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자신이 총격으로 죽을 뻔한 터라 트럼프 2기가 출범할 경우 총기 소지 규제 정책이 도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연 그럴까. 총기 참사가 발생하면 들끓는 여론에 힘입어 규제 법안이 발의됐다가 결국 의회에서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되기 일쑤다. 거의 공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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