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집단 성폭행 가해자’ 공개 사과 “죄송하고 또 죄송”

가해자 지목된 임모씨, 억울함 호소하기도

20년 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가 얼굴을 공개하며 사과했다.

그간 언론을 통해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들이 속속 공개되자 먼저 나서 지난날 잘못을 반성한 것이다.

15일 각종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 모씨의 사과는 전날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 됐다.

‘밀양 성폭행 가해자 이○○ 공개 영상 사과문’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이씨는 “저는 20년 전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 피해자께 사죄드리기 위해서 영상을 찍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먼저 “2004년부터 지금까지 제가 감히 짐작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온 피해자분께 지금 이 영상을 빌어 너무나도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싶다”고 사과했다.

이어 “영상을 찍기까지 겁도 많이 나고 두렵기도 했고 시간이 흘러가면 흘러갈수록 숨기고 싶고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 “어떠한 사죄를 하더라도 용서받기 힘들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정말 진심을 담아서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고 재차 사과했다.

그러면서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사죄드리는 것도 너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피해자분께는 잊어야 하는 그런 아픈 상처겠지만, 저는 평생 잊지 않고 반성하고 또 반성하고 사죄하면서 살아가겠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밀양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자신의 범죄수사경력회보서를 공개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한 남성 임 모씨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한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임씨는 앞선 지난달 24일 “(결백을) 증명하고자 한다”면서 ‘범죄수사경력회보서’와 함께 입장을 밝혔다.

임씨는 “범죄수사경력회보서는 실효된 형을 모두 포함하며 제출이나 게시했을 때 징역 2년 이하의 벌금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형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가 공개한 범죄·수사경력 회보서에는 그의 이름과 1986년으로 시작되는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조회 결과 해당 자료 없음’이라고 적혀 있다. 발급 날짜는 전달 24일이다.

범죄경력회보서에는 즉결심판을 제외한 모든 전과가 기재된다. 여기에는 기소유예, 집행유예 등을 비롯해 소년법에 따른 제1호~4호 처분도 포함된다. 임씨는 밀양 사건과 관련 그 어떤 수사도 받은 적이 없는 셈이다.

이후 온라인에서 그의 이름이 적힌 ‘판결문’이라는 문서 일부가 공개되면서 비난의 표적이 됐지만 허위로 밝혀졌다.

세계일보가 확인한 해당 문건은 검찰의 ‘불기소 이유 통지서’였으며, 임씨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2005년 1월 울산지검으로부터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고소인의 적법한 고소가 없고, 피해자의 진술이 전혀 없다’는 이유였다.

임씨는 “당시 경찰은 피해자를 아는 학생들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면서 “이유도 모르고 경찰서에 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일로 인해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준 제가 원망스러웠다. '아빠'하고 뛰어나오는 두 딸을 보면 계속 눈물이 났다”고 호소했다.

밀양 여중생 집단 강간은 20년 전인 2004년 경남 밀양시에서 44명의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1년간 여중생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10명만 기소했으며, 울산지법이 2005년 4월 기소된 10명에 대해 부산지법 가정지원 소년부 송치 결정을 내리면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이후 집단성폭행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된 가해 학생 44명 중 단 한 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고, 이후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온한 일상이 매체를 통해 전해져 공분이 일었다.

급기야 밀양시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안병구 밀양시장과 시의회, 밀양지역 80여개 종교·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해당 사건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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