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대출을 해주는 대부업체를 빙자해 대출 희망자들에게 휴대폰을 개통하게 한 후 단말기와 유심을 되파는 이른바 ‘휴대폰깡’ 방식으로 수익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16일 휴대폰깡 범죄조직 총책 A씨 등 157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9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일당 이 가운데 140명에게 형법상 범죄집단 조직 등 혐의를 적용했는데, 이는 단일 사건으로 최대 규모다.
A씨 등은 2019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인터넷 광고로 모집한 대출 희망자들 명의로 고가의 휴대전화를 할부로 개통하게 했다. 개통된 단말기는 장물업자를 통해 판매하고, 유심은 보이스피싱, 도박, 리딩방 등 범죄조직으로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범행에 이용한 명의자는 2695명이고, 이들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는 총 3767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단말기와 유심을 되팔아 올린 수익은 64억원으로 집계됐다. 명의자 중 63%는 할부금을 연체해 신용불량자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당은 상담원과 기사 등 범행에 가담할 이들을 잡코리아, 알바천국 등을 통해 모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경북 구미 일대에 대부업체 50개를 등록하고 콜센터 사무실을 마련, 소액 대출 희망자들에게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자금을 빌려줄 수 있다”며 휴대폰깡을 제안했다. 휴대전화 단말기는 2~3년 약정으로 개통하게 한 뒤, 명의자에게 기종에 따라 40만~100만원 지급했다.
이들 일당은 지난해 4월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음료를 먹여 부모에게 돈을 갈취하려 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에 이용된 불법 유심 출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실체가 드러났다.
경찰은 “휴대폰깡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의 급박한 사정과 할부 중심의 이동 통신 서비스를 악용하는 범죄”라며 “대출을 신청했을 때 휴대폰 개통을 유도한다면 무조건 범죄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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