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제보 결정적 기여…일용직 전전 살아와
“내가 흉기로 찔렀다. 정말 죄송하다.”
2008년 경기 시흥시의 한 슈퍼마켓에서 주인을 살해하고 돈을 훔쳐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100만원 남짓 금품 때문에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당시 용의자는 20대로 추정됐다. 당시 장면은 매장 내 폐쇄회로(CC)TV에 남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신원은 파악을 못했다.
2017년 경찰은 전담팀을 꾸렸다. 그렇게 6개월을 다시 들여다봤지만 또 다시 신원을 특정하지 못하고 결국 종결됐다. 항간에서는 그가 일용직을 전전하며 그동안 생계를 유지했을 것이라는 말도 돌았다.
올해 2월 용의자에 대한 결정적인 제보가 접수됐다고 한다. 그 첩보를 토대로 조용히 추적에 나섰다. 그렇게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실타래는 16년 만에 경남 지역에서 머물던 용의자를 붙잡으며 이제 마무리 단계다. 그는 추측했던 대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근근이 살아왔다.
지난 14일 검거된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조사에서 혐의에 관해 말하지 않던 40대 A씨가 사흘 만에 범죄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강도살인 혐의로 붙잡은 A씨로부터 범행을 인정하는 자백을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08년 12월 9일 오전 4시쯤 시흥시 정왕동 슈퍼마켓에 침입해 당시 40대의 점주 B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새벽 “죄송하다”며 범행을 실토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동기에 대한 진술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40분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취재진이 “왜 범행했느냐”, “피해자 가족에게 할 말 없느냐” 등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닫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조사를 받으면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되는 대로 사건 경위 전반에 관한 보강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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