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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인 줄 알고 ‘탕’… 오인 총격 사고, 안 막나 못 막나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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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20 06:00:00 수정 : 2024-07-20 13: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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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58건 발생해 15명 사망
해가 진 뒤 수렵하지만 안전대책 ‘전무’
전문가 “법망 손 봐야 할 때”

‘탕~’ 어둠이 내려앉은 지난 13일 오후 8시30분쯤, 경북 영주시 장수면에서 총성 한 발이 울렸다. 엽사인 A(67)씨가 쏜 엽총 소리였다. A씨는 6년째 영주에서 유해조수포획단으로 일 해왔다. 그는 사건 당일 밭에 멧돼지로 보이는 검은 물체를 향해 엽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후 쓰러진 물체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 그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멧돼지가 아닌 농부 B(57)씨를 쐈기 때문이다. 

 

피해자인 B씨는 당시 더위를 피해 콩 모종을 심던 중이었다. B씨는 엽사가 쏜 총에 가슴 부위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같은 날 오후 10시30분쯤 숨을 거뒀다.

해당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유해 동물 오인 총격 사고’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총기 사고는 대부분 사망 사건으로 이어지는 만큼 안타까운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더는 안전대책 마련에 손을 놓아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사람을 유해 동물로 오인해 총을 쏘는 사건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수렵 총기 오인 사고로 최근 5년간 58건이 발생해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8일에는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부창리의 야산에서 엽사가 쏜 총에 동료 엽사가 얼굴을 다쳤다. 지난해 11월에는 충북 옥천군에서 유해 동물을 수렵하던 엽사가 쏜 총에 맞아 30대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엽사의 자격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여기에 최근 엽사들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국적으로 확산함에 따라 24시간 내내 멧돼지를 포획할 수 있도록 허가했기 때문이다. 멧돼지를 잡으면 주는 포상금도 적지 않다. 정부는 멧돼지 마리당 2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자체 포상금까지 더하면 엽사는 마리당 30만원가량을 받을 수 있어 무리한 유해 동물 수렵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엽사들이 야산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경북 상주에서 활동 중인 한 엽사는 “멧돼지 한 마리만 잡아도 웬만한 일당보다 많이 벌 수 있다”면서 “총도 500만원 내외면 구입할 수 있어 사실상 진입장벽이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수렵 면허 취득 과정도 허술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엽총을 사용하기 위해선 ‘제1종 수렵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나이 제한은 없고 필기시험에 합격한 뒤 사격과 4시간짜리 강습을 듣고 정신과 진단서와 신체 검사지를 내면 면허를 딸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수렵 활동은 해가 진 이후에 이뤄지지만 안전 대책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작물을 주로 해치는 동물은 멧돼지와 고라니다. 두 동물은 보통 해가 진 뒤 산에서 논밭으로 내려와 엽사들 역시 늦은 오후에 유해 동물 포획에 나선다. 엽사에 따라서 야간랜턴이나 열화상카메라를 쓰기도 하지만 의무 사항은 없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이제라도 법망을 손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는 “현재 국내에선 일 년 내내 유해 동물 수렵이 가능하지만 미국은 동물 개체수 조정을 위해 사냥을 할 수 있는 기간을 두고 허가한다”면서 “아무래도 이 같은 기간을 두게 되면 유해 동물 수렵의 위험성을 알리는 홍보를 할 수 있어 주민들도 좀 더 조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총기류 사용 자격요건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안전교육을 한층 더 강화해 안타까운 목숨을 잃는 일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주=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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