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한 여성 관광객이 동상에 올라가 음란 행위를 하는 모습이 알려져 이탈리아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BBC에 따르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웰컴투피렌체’(Welcome To Florence)에 한 여성 관광객이 ‘바커스’(Bacchus) 조각상에 올라가 입을 맞추고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동작을 취한 사진이 올라왔다.
술의 신 바커스 조각상은 16세기 장 불로뉴의 작품을 현대적으로 복제한 것이다. 이 조각상은 이탈리아 피렌체 폰테 베키오 다리 근처에 전시돼 있다. 원본은 인근 바르젤로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여성 관광객의 행동에 이탈리아 국민과 예술가들은 분노했다. 이탈리아의 문화유산을 홍보하는 협회인 콘쿨투라(Conccultura)의 파트리치아아스프로니(Patrizia Asproni) 회장은 이탈리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무례함과 야만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처벌받지 않고 할 권리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며 “싱가포르처럼 엄격한 통제, 높은 벌금,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렌체의 고고학자 이자 미술 감독관인 안토넬라리날디(Antonella Rinaldi)는 “관광객들이 이곳을 방문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예술품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본 현지 누리꾼들은 “피란체를 디즈니 월드로 만들려고 몇 년간 노력한 결과물이다”, “링컨 동상에서 저랬으면 어떨 것 같냐”, “범인이 누군지 찾아 체포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피렌체는 인구가 38만2000명에 불과하지만 약 매달 관광객은 50만명에 달한다. 지역 주민들은 좁은 거리와 끊임없는 관광객들로 인해 다양한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번 일의 대상인 바커스 조각상은 복제품이지만, 이전부터 이탈리아는 방문객들의 문화재 훼손과 무례한 행동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한 네덜란드 관광객은 이탈리아 남부를 여행하던 중 고대 로마시대 문화재에 낙서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해 1월에는 피렌체의 보행자 전용 베키오 다리에서 미국인 관광객이 차를 운전하다 적발됐다. 이 미국인은 다리 위에서 운전한 혐의로 500유로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이탈리아는 지난 1월 문화유산 훼손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로이터·DPA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하원 위회는 기념물이나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벌금을 기존보다 4배가량 인상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기념물에 그림 등을 그려 외관을 훼손한 경우 최대 벌금 4만유로(약 2000만원)를 부과할 수 있다. 문화재의 훼손 정도가 심하면 벌금 최대 6만유로(약 8000만원)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기존 문화재 훼손에 대한 벌금은 1500∼1만5000유로(약 200만∼2000만원) 선으로 이보다 약 4배 정도 오른 셈이다. 또 통과된 법안에서는 문화부 장관의 판단에 따라 훼손된 기념물을 청소하고 수리하는 것까지도 명령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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