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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근무제, 현장선 ‘헛바퀴’… 정부 사업 달성률 32% 그쳤다

입력 : 2024-07-22 19:50:55 수정 : 2024-07-22 2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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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 못 찾는 저출생 대책
고용부, 장려금 실적 계속 줄어
2023년 1만여 명 지원 계획 불구
실제 신청자는 3544명에 그쳐

“코로나 종식 후 재택근무 감소 탓”
전문가 “효과 분석해 체계 정비를”

출퇴근 시간을 근로자가 정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 제도에 혹한 A씨는 지난해 정보기술(IT) 기업의 경영지원직으로 입사했다. A씨는 ‘지옥철’(출퇴근 시간대 승객이 몰린 지하철)을 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복지보단 낫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입사 뒤 사측은 “영업팀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팀 근무시간에 맞춰 일해야 한다”며 말을 바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취학 자녀를 양육 중인 B씨는 다른 근로조건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으나 채용공고에 명시된 ‘주5일 재택근무’가 다른 단점을 상쇄한다고 생각해 규모가 더 작은 동종업계 기업으로 이직했다. 하지만 B씨는 입사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사측으로부터 ‘재택근무 불가’ 방침을 통보받았다.

 

정부가 유연근무 확산을 위해 장려금 사업까지 벌이고 있으나,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이들 사례처럼 기업이 제도를 임의로이 적용하는 등 유연근무제도가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3 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부는 일·가정양립 환경개선 지원 사업 중 유연근무 장려금 사업으로 1만935명을 지원하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3544명만을 지원해 달성률은 32.4%에 그쳤다. 2022년 지원 인원(1만6333명)과 비교하면 78.3% 줄어든 규모다. 지원액도 계획했던 157억4600만원 중 51억8500만원만 쓰였다. 저출생 대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유연근무제도가 현장에서 겉돌고 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유연근무 장려금은 중소·중견기업에서 근로자에게 재택·원격·선택근무를 허용하는 경우 사업주에게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30만원(최대 1년간)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체 피보험자 수의 30% 한도 내에서 최대 70명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고용부는 올해 일·생활 균형의 핵심이 유연근무에 있다고 보고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육아기(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가 사용할 시 신청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 장려금을 신설했고, 육아기 자녀를 둔 근로자가 재택·원격·선택근무를 할 시엔 월 10만원을 추가로 지원받게끔 했다.

 

정부는 유연근무 확대가 저출생 대책 차원에서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올해부터 유연근무를 활성화한 기업에 정기 근로감독 면제, 관세조사 유예 등 혜택을 주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용부는 유연근무 활용, 근로시간 단축, 일·육아 병행 등을 정량적, 정성적 지표로 평가해 ‘대한민국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100개소를 선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고 있지만, 유연근무 사용자는 되레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유연근무 활용 인원은 2021년 353만명(16.8%)까지 늘고 이후 2022년 348만명(16.0%), 지난해 343만명(15.6%)으로 계속 감소했다. 장려금 사업 지원 실적 감소분은 이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기업들이 ‘월 최소 활용일’ 등 신청 조건을 까다롭게 여긴다고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코로나19 종식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장려금 신청이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고, 올해는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고용부는 올해 목표 실적을 지난해(3544명)보다 80.8% 늘어난 6409명으로 잡았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전문가들은 정책 효과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예산정책처는 “(유연근무 장려금이 속한) 고용안정장려금 사업 개선을 위해 각 내역사업별로 참여자 만족도 조사 및 실태조사, 정책연구용역 등 효과성 분석 실시해 수행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연근무 확대를 정부 주도로 끌고 가면서 제도를 만들어 놓고 기업에 ‘따라와라’고 하는데 문화나 인식이 변화하는 건 시간이 걸린다”며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들은 시키지 않아도 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에 확대되는 추이는 지켜봐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신청 조건을 완화하는 방법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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