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비트코인 이어 제도권 진입
솔라나·리플도 기대감에 값 급등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자산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최종 승인했다.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자산) 중 첫 사례로, 또다른 가상자산 현물 ETF 출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EC는 이날 블랙록 등 자산운용사들이 신청한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현물 ETF 상장 심사요청서(19B-4) 승인에 이어 최종 거래까지 빗장을 풀어준 셈이다.
SEC는 이더리움 현물 ETF를 신청한 8개 자산운용사 중 최소 2곳의 상품 출시가 이날부터 이뤄질 것으로 봤다.
증권가는 이더리움 ETF 승인으로 첫 6개월간 50억달러(약 7조원) 규모의 자금이 순유입될 것으로 분석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더리움 현물 ETF가 출시되면 비트코인과 차별화된 수급의 수혜가 예상된다”며 “11월 미국 대선에서 디지털 자산에 친화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시 이더리움 수혜가 예상돼 ‘트럼프 트레이드’로 분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비트코인은 지난 1월 현물 ETF 출시 후 6개월간 170억달러(23조원)가 유입된 바 있다.
가상자산 현물 ETF 출시는 개인 투자자의 매매가 간편해지고, 법인 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측면이 있어 통상 가격 상승의 호재로 여겨진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 초기 한정 수수료를 0~0.25%까지 낮추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이더리움의 현물 ETF 출시는 그동안 SEC가 ‘증권’이라고 주장하며 규제한 알트코인의 ‘정의’를 넘어선 결정인 만큼 남다른 의의를 갖는다. 솔라나, 리플 등 다른 가상자산의 ETF 출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기대감이 반영돼 솔라나와 리플 가격은 지난 한 주간 각각 12%, 10% 상승했다. 반면 이더리움 가격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3448달러 수준으로 전날 대비 1.27% 하락했다. 비트코인도 현물 ETF 출시 직후 기대감 소멸로 가격이 떨어진 바 있다.
이처럼 미국을 중심으로 가상자산을 금융 제도권으로 수용하는 게 추세이지만 국내 상황은 다르다. 여전히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상품 등 기초자산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가상자산 현물 ETF 거래 역시 불가능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 문제는 의견이 분분하다”며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 등을 국회와 논의하겠다”며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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