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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제초·방제 ‘척척’… 농촌 누비는 ‘로봇 일꾼’ [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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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26 05:00:00 수정 : 2024-07-25 20: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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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시대 진화하는 로봇 기술

국내 농업 인구 2명 중 1명 65세 이상
농기계 조작 한계… 근골격 질환도 급증

농진청, 고정밀 GPS 농업 로봇 개발
수확물 운반·방제 약품 셀프 충전 등
과수원 관리 활용… “2025년 시범 보급”

로봇 농업이 진화하고 있다. 농작업 가운데에서도 특히 노동집약적인 분야로 꼽히는 과수원 관리까지 로봇이 대체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 소멸 등으로 농촌 인력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로봇이 해결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과수원 작업에 따르는 각종 안전사고와 근골격계 질환까지 예방할 수 있어 농업인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25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최근 우리 농촌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제초 로봇이 과수원에서 농작업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통계청이 지난 4월 발표한 ‘농림어업 조사’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농가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은 52.6%로 나타났다. 고령화 비율은 2015년 38%에서 이듬해 40.3%로 처음 40%를 돌파한 뒤 지난해에는 50%까지 넘어섰다. 농가 인구 2명 중 1명꼴로 65세 이상 노인인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고스란히 농작업 시 각종 난관으로 이어진다. 농기계 사용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고령 농업인은 불규칙한 노면이나 경사지에서 농기계를 조작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

문제는 또 있다. 고령 농업인 상당수는 농작업에 필요한 필수 약제 살포에 따른 시간 소요와 피해 위험성, 농자재 운반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등을 겪고 있다.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농작업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자 수는 2016년 7만5021명에서 2022년 9만7215명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진청은 과수원 등에서 농작업을 대신할 로봇 개발·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사과·배·복숭아 등 과수원에서 고정밀 위성항법장치(GPS)와 레이저 센서, 영상장치 등을 사용해 설정된 경로를 주행하면서 제초와 운반, 방제 등 농작업을 수행하는 로봇들을 개발했다. 또한 이들 로봇을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선해 효과까지 확인하고 있다.

먼저 제초 로봇은 과수원에서 무인 자율주행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레이저 센서를 활용해 1.5m 내 과수나 작업자 등 장애물이 있으면 10㎝ 내외에서 정지한다. 이후 장애물이 제거되면 다시 제초를 시작한다.

운반 로봇은 수확물이나 농기구 이송을 돕는다. 평상시 작업자를 따라다니며 무거운 짐을 옮기다가 필요에 따라 지정한 위치로 혼자 이동한다. 수확 중인 작업자가 셔틀 기능을 켜면 사전에 지정한 위치까지 로봇이 움직여 수확물 이송 등의 업무를 수행한 뒤 작업자가 있는 곳까지 돌아올 수도 있다. 작업자가 하던 일을 멈추고 집하장까지 가야 하는 시간을 줄여준다.

제초·운반 로봇은 ‘공압 스프링’과 같은 완충 장치를 적용해 지면에서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굴곡진 노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로봇 하부에는 접촉식 정지 장치를 붙여 로봇이 물체와 닿았을 때 바로 멈춘다. 제초 로봇은 물건을 싣고 이동하는 운반 로봇의 역할을 겸할 수 있도록 상부 공간도 확보했다.

방제 로봇. 농촌진흥청 제공

방제 로봇은 고정밀 GPS가 적용돼 자동으로 이동하며 방제 약액을 분사한다. 방제 중 약제가 떨어지면 보충하는 위치까지 로봇 스스로 이동해 보충까지 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운반 로봇과의 연계 작업도 된다. 방제 로봇의 약제가 곧 떨어진다는 알림이 오면 운반 로봇이 약액을 싣고 방제 로봇이 지나가는 길까지 운반해 보충을 돕는다.

농진청은 이들 농업 로봇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농가 생산성 향상이나 안전사고 최소화 등 농작업 편이성을 검증하기 위해 2023∼2027년 5년간 농업용 로봇 현장 실증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농촌 주산단지 거점을 기반으로 아주심기(온상에서 기른 모종을 밭에 내어다 제대로 심는 일), 제초, 방제, 수확 등 재배 전 과정에 다수·다종의 로봇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디지털 자동화, 로봇 농작업, 병·해충 예찰, 수분 스트레스 관리 등과 관련된 로봇이 경남 함양(양파)과 거창(사과), 충남 당진(벼), 충북 옥천(복숭아), 경기 연천(콩), 전북 김제(밀) 등에 투입돼 효과를 검증 중이다. 여기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과수뿐만 아니라 식량·채소에서도 무인 농작업을 실현할 계획이다.

특히 농진청은 2025년부터 신기술 시범 보급사업을 추진해 농업 로봇 기술을 보완·개선할 계획이다. 제초 로봇은 7개소, 운반 로봇은 5개소에 각각 적용된다. 전동화된 방제 로봇은 2025년 현장 실증 연구를 통해 이듬해부터 3개소에 적용될 계획이다. 핵심 기술을 선점하고자 각 로봇에 관한 산업재산권은 이미 확보해 둔 상태다.

이승돈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은 “일할 사람이 부족한 상황에서 식량 안보를 지키려면 로봇 기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농업·농촌에 필요한 로봇을 개발하고 농가에 빠르게 보급·확산해 농가소득 증대, 편이성 제공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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