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총리 재도전 철회’ 가능성 묻자
“아주 멋지고 친절한 질문… 감사하다”
독일의 연방 하원의원 총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라프 숄츠 총리의 낮은 지지율을 놓고 연립정부 안팎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독일은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SPD)을 주축으로 녹색당, 자유민주당까지 3개 정당이 연정을 꾸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는 2025년 9월28일 실시될 총선에 SPD 대표이자 총리 후보로 다시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4년 전인 2021년 총선에서 SPD가 승리해 정권교체가 이뤄짐에 따라 앙겔라 메르켈 당시 총리의 후임자가 되었다.
문제는 연정을 구성한 3당의 지지율이 모두 하락세라는 점이다. 가장 최근 치러진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SPD는 고작 14%의 득표율로 사상 최악의 결과를 기록했다.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과 자유민주당 역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반면 보수 정당인 기민·기사 연합은 제1당으로 떠올랐고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독일 정치의 무게중심이 좌파와 중도에서 오른쪽으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에너지와 생필품 가격 인상으로 인한 생활고 때문이다. 숄츠 총리는 SPD 내에서도 인기를 잃어 소속 의원들 중 3분의 1만이 그가 차기 총리로 적합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SPD 의원 상당수는 숄츠 총리보다는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현 국방부 장관을 차기 총리 후보로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그는 기자회견에서 “총리로서 연임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SPD는 굳은 단결을 유지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 기자가 최근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난 조 바이든 대통령 사례를 들어 “바이든처럼 사퇴를 검토할 의향은 없느냐”고 묻자 숄츠 총리는 “아주 멋지고 친절한 질문을 해준 것에 대해 감사 드린다”고 정중하게 답했다.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며 ‘안 들은 것으로 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숄츠 총리는 “앞서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아주 유능하고 경험이 많은 정치인”이라며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아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는 경우 미국과 독일 등 유럽의 관계가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를 의식한 듯 숄츠 총리는 “11월 미 대선에서 (해리스와 트럼프 중) 누가 당선되든 나는 그 사람과 잘 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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