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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때 취소된 ‘침수대책 끝판왕’, 강남·광화문 연내 착공 [대심도 터널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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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26 05:00:00 수정 : 2024-07-26 00: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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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대심도 배수터널 6곳 재추진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등 폭우 피해
당시 오세훈 2기… 설치 계획 공식화
朴 전 시장 취임 후 7곳 중 6곳 취소
2020년 준공 신월터널, 효과성 입증

吳 시장직 복귀 후 강남일대 물난리
더 빈번해진 국지성 호우 대책 거론
시 “1단계 3곳, 2028년 완공이 목표
사당역 등 2단계 3곳은 2025년부터”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강모(34)씨는 지난 22일 밤 귀가길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회사 인근에서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폭우가 쏟아졌는데, 갑자기 도로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고 강씨는 회상했다. 그는 “2년 전 말 그대로 ‘물난리’가 났던 때가 생각나 아찔했다”며 “구두가 빗물에 잠겨서 찜찜하긴 했지만 무탈하게 집에 도착해서 다행”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들어 장마철 양상이 좀체 종잡을 수 없는 강한 비가 갑작스레 퍼붓는 ‘도깨비 장마’로 바뀌면서 강남을 비롯한 서울 상습 침수지역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기록적 폭우로 인명·시설물 피해가 속출한 2022년 이후 매년 불안감이 되풀이되고 있다.

 

수해 방지를 위한 서울시의 여러 정책 중 국지적 집중호우 대비책으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건 ‘대심도 빗물 배수터널’이다. 대심도 배수터널이란 지하 40∼50m에 설치하는 일종의 ‘초대형 물탱크’다. 도시의 상습 침수지역에 설치해 도로 등의 침수나 하천 범람을 막는 시설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두 번째 임기 때인 2011년 6월29일 서울 광화문광장 침수해소사업 공사현장에서 집중호우에 대비하는 ‘대심도 지하 저류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 서울시 제공

◆吳 7곳 계획했지만 ‘신월’만 준공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의 대심도 배수터널 추진계획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두 번째 임기를 맞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7월 집중호우로 주택 1만4000여채가 침수되고 인명 피해도 62명에 달했다. 특히,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로 16명이 숨졌다. 서울시는 같은 해 8월 대심도 배수터널을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시는 이후 내놓은 ‘풍수해 대책 종합계획’에서 광화문 등 서울 상습 침수지역 7곳에 대심도 배수터널 20㎞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에 드는 총 예산은 약 8582억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오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으로 시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서울시정 지휘봉을 넘겨받은 박원순 시장은 서울의 수방정책 관련 시민 대토론회에서 다수 전문가가 대심도 배수터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일부 전문가와 환경운동가가 사업 효과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예산 낭비’라고 지적하자 1곳(신월)을 제외한 6곳의 사업계획을 취소·변경했다.

 

박원순 서울시는 대신 상습 침수 피해를 겪는 강남역 일대엔 유역분리터널·용허리공원 저류조 설치와 하수관로 개선 등을, 광화문엔 세종로 주차장 저류시설 설치와 하수관로 개선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나머지 4곳(한강로·사당역·도림천·길동 일대) 역시 빗물펌프장·저류조·하수관로 신설 등으로 계획을 틀었다. 2020년 준공된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이 서울의 유일한 대심도 배수터널이 됐다.

 

◆‘물난리’ 겪고 다시 6곳 추진키로

 

이 같은 결정은 10여년이 흐른 2022년, 기록적인 수해가 서울 강남 등 지역을 덮치면서 결과적으로 ‘패착’이었음이 드러났다. 당시 서울에서만 사망자가 8명 나왔고, 이재민·대피자는 5632명에 달했다. 시설물 피해는 2만76건으로 집계됐다. 이에 서울시는 1조5000억원을 들여서 강남 등 6곳에 대심도 배수터널 18.9㎞ 건설을 추진하는 내용 등을 담은 ‘풍수해 종합안전대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시가 대심도 배수터널 건설을 재추진하기로 한 배경에는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이 제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도 한 몫 했다. 2022년 8월 서울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강서구·양천구 일대에도 시간당 59.5㎜, 일강수량 164.5㎜의 폭우가 쏟아졌으나, 배수시설 가동으로 빗물 약 17만t을 저류해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모의 침수 분석 결과, 이 시설이 없었으면 약 600세대가 침수됐다.

 

◆강남역·도림천·광화문, 연말 착공

 

건설 예정인 대심도 배수터널 6곳 중 상대적으로 침수 위험이 더 높은 강남역 일대(강남역~한강)와 도림천 일대(신대방역∼여의도), 광화문 일대(효차동~청계천)는 1단계 사업구간으로 우선 추진한다. 애초 시는 지난해 기본계획안을 수립하고 12월 착공할 계획이었지만,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설계적정성 검토와 사업비 부족으로 인한 잇단 유찰 등 사유로 착공 예정이 올해 말로 1년 늦춰졌다.

 

시 물순환안전국의 한 관계자는 “대심도 터널은 국비를 포함한 대규모 사업비가 소요되는 사업”이라며 “환경부와 기획재정부의 사업계획 승인을 위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KDI에 적정성 검토를 맡기면서 8개월가량이 더 걸리게 됐고, 유찰이 반복되며 총사업비 재협의에 4개월이 추가로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각 사업별로 입찰에 참여한 컨소시엄들이 기본설계를 진행 중”이라며 “9월까지 설계를 마친 뒤 행정절차를 거쳐 12월 말쯤 우선시공분을 착공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강남역·도림천·광화문 일대 1단계 사업구간은 2028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한다. 2단계 구간인 나머지 3곳(사당역·한강로·길동 일대)의 사업은 내년부터 추진해 2032년 완공이 목표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7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실효성 있는 장마철 집중호우 대책은 대심도 터널”이라며 “강남역과 광화문, 도림천 일대의 터널은 올해 말에 설치(착공)할 예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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