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여년 전 뇌전증은 ‘간질’로 불렸다. 질병명이 바뀐 것은 지난 2011년, 사회적 낙인처럼 부정적 인식이 컸다는 판단에서다.
명칭 하나의 차이는 어떻게 달랐을까.
아주대병원 신경과 최준영 교수팀(고승연 교수, 아주대 수학과 권순선 교수)이 2001~2022년까지 20여 년간 뇌전증을 다룬 신문기사를 분석한 결과 명칭 변경 이후 부정적인 감정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01~2003년 간질만 사용하는 ‘간질의 시대’ △ 2011~2014년 간질에서 뇌전증으로 바뀌는 ‘변환의 시대’ △ 2017~2018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 2020~2022년 뇌전증만 사용 ‘뇌전증의 시대’ 등으로 구분했다.
그 결과 ‘뇌전증’ 명칭을 사용한 기사의 비율이 2011~2014년 60%였고, 최근 2020~2022년에는 80%까지 늘어났다.
특히 신문기사들이 좀 더 환자 중심적이고, 환자들의 삶을 다루는 등 호의적인 분위기로 바뀐 것으로 나왔다. 가령 간질의 시대 신문기사들이 ‘장애’ ‘제한’ 혹은 ‘영혼’ ‘악마’ ‘유령’ 등과 같은 부정적·비과학적 단어들을 사용한 반면 최근 뇌전증의 시대에는 ‘해마’ ‘신경세포’ ‘전기신호’ ‘연결’ 등의 과학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응급실’ ‘넥타이’ ‘벨트’ ‘기도확보’ 등과 같은 응급처치 연관어나, ‘Epidiolex(대마 성분 의약품’ ‘Cenobamate(항경련제)’ 등 신약 관련 용어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감정 분석의 경우, 간질의 시대 ‘간질’ 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80%에 달했으나, 뇌전증의 시대에는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최준영 교수는 “뇌전증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경험하는 고혈압이나 당뇨 등과 같은 다양한 기저질환처럼 평소 잘 관리하면 문제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아직 뇌전증 환자의 이혼율, 실업률이 수 배나 높다. 뇌전증이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보다 많은 분들이 막연한 부정적인 편견을 갖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Epilepsy & Behavior’에 오는 8월 게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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