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 포경이 가능한 고래 종류를 기존 3종에서 4종으로 확대하는 일본 정부의 방침이 정식 결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논의 과정이 극도로 불투명했다는 일본 언론의 비판이 제기됐다.
아사히신문은 29일 ‘상업포경 확대, 의문 남은 불투명한 결정’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수산청은 조만간 업계의 요청에 따라 긴수염고래을 포경대상에 추가하는 걸 정식결정한다”며 “(이 과정에서) 열린 토론을 피하는 것 같은 자세로는 폭넓은 이해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수산청은 일본 영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올해 잡을 수 있는 고래 개체수를 59마리로 정했다. 포경이 가능한 고래는 밍크고래, 브라이드고래, 정어리고래에다 긴수염고래를 더해 4종으로 늘렸다. 일본은 2019년 국제포경위원회(IWC)를 탈퇴한 뒤 상업 포경을 재개했다.
포경대상 확대 결정에 대해 수산청은 “최근 조사에서 추정한 긴수염고래의 개체수를 토대로 IWC가 정한 방식에 따라 예방적이고 조심스럽게 포획 가능량을 산출했다”며 해외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권고를 따랐다고 밝혔다.
아사히는 그러나 “지금까지의 진행방식이 폐쇄적이고 문제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먼저 지난 5월 긴수염고래를 추가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의견 공모를 시작한 시점에서 이 고래의 개체수나 관련된 조사·평가 방식 등의 기본 정보를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1000건 이상 접수된 의견의 내용이나 이에 대한 대답을 공표하기 전에 포획 범위 결정 절차를 진행했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아사히는 “기본정보를 공개한 건 새로운 방침을 논의한 6월 심의회 당일이었고, 그 날 불과 1시간 정도의 회의 끝에 포획 범위를 승인했다”며 “IWC 탈퇴, 상업 포경재개도 투명성이 결여된 방식이었는데 이번에도 반복됐다”고 비판했다. 수산청이 의견을 듣고 따랐다는 해외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 근해에서 고래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4년 이내에 재평가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가 해마다 50억엔(약 450억원)을 포경 업계에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아사히는 “상업 포경이 재개된 지 5년이 됐지만 고래고기 수요는 침체가 계속돼 가장 많았을 때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산업으로서의 지속성과 정책 지원 의의에 의문이 든다”고 짚었다.
상업포경 재개, 확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만 일본은 고래 식용이 전통 음식문화의 하나라는 점을 강변하고 있다. 일본은 조몬시대(서기전 1만4000년~300년전) 이후 현대까지 고래고기를 식재료로서 적극 소비해 왔다. 대규모의 조직적인 포경 시스템을 갖춘 20세기 초에는 한반도 근해로 진출해 고래 씨를 말린다고 할 정도로 남획을 일삼았다. 일제가 남긴 자료에 따르면 당시 한반도에 거점을 두고 포경을 한 회사는 동양어업주식회사, 장기포경합자회사, 일한포경합자회사 3곳이었고 이들이 1903∼1908년 5년간 잡은 고래가 1612마리였다.
2차 대전 이후 식량난이 심해지자 고래고기는 싸고 영양가 있는 식재료로 서민들의 식생활에 자리잡았다. 1962년까지 일본인 1인당 식육공급량에서 고래고기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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