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前 파트너 말 갑자기 세상 뜬 뒤
짧은 시간 호흡 맞춰 명연기 선보여
승마 마장마술 명인 황영식(38·대한승마협회)이 2024 파리 올림픽 무대에서 새 파트너 델몬테와 함께 인생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비록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이들의 1년간의 여정은 그 자체로 승리였다.
황영식은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근교 베르사유 궁전의 에투알 광장에서 열린 승마 마장마술 예선 경기에서 70.000%로 C조 10명 중 5위를 기록하며 아쉽게 탈락했다. 2010 광저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황영식의 파리 올림픽 도전은 순탄치 않았다. 약 1년 전 함께 올림픽을 준비하던 말 블루베리 드림이 갑작스럽게 병을 얻었다. 황영식은 파트너를 살리려고 두 차례 수술까지 하며 애썼지만, 결국 블루베리 드림은 세상을 떠났다.
슬퍼할 새도 없이 황영식은 평생의 목표였던 올림픽을 앞두고 새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난관에 부딪혔다. 그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그때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오랜 친구와의 이별 후 만난 새 파트너가 델몬테다. 둘은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을 만큼의 호흡을 만들어냈다. 황영식은 “파리 올림픽까지 나와 델몬테가 맞추는 시간이 더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올림픽 무대에서 70.000%를 받았다는 게 정말 뜻깊다”며 “호흡을 맞춘 기간에 비하면 우리가 정말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황영식은 경기 후 델몬테의 목을 쓰다듬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머리에 태극마크를 단 델몬테도 그 마음을 아는 듯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황영식은 말과의 관계에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승마는 스포츠라기보다는 예술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말을 열심히 타고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말을 행복하게 해줄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황영식과 델몬테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황영식은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델몬테와 나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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