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어 중동 전선 열리면 美 한반도 공약 이행 차질"
이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당하면서 중동에 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향후 중동에서 전면전이 벌어지면 '글로벌 원유의 동맥'으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과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30%를 책임지고 있는 홍해 수에즈 운하 등의 봉쇄로 이어질 수 있어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한 미국의 전선이 많아지면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약화될 수 있다는 안보 위기론마저 제기된다.
앞서 이스라엘 군은 지난 달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표적 공습으로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작전 책임자를 살해했다. 그로부터 불과 하루 만에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 중이던 하니예를 암살했다.
사건 발생 직후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이스라엘에 대한 '피의 보복'을 천명했고, 외신들은 요동칠 중동 정세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동의 오래된 교전 규칙은 이제 없어졌다"라며 "중동에서 일종의 억제력이 간신히 유지되고 있지만, 중동 내 공격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국내 외교가와 무역·정유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간 충돌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지면 유가가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연간 물동량의 약 4분의 1은 중동 항로를 통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동 국가들이 전면전을 벌일지는 앞으로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의 추가 도발 여부 및 이란의 보복 규모·방식에 달린 것으로 국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재로선 확전과 전면전을 원하는 행위자는 많지 않지만,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방에 '가스'가 많이 차 있고 불꽃이 튀면 확 번질 것 같은 느낌"이라며 "내연성은 높아져 있는데 그렇다고 이것이 반드시 전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진단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우리는 수출이 가장 중요한 나라이고, 에너지의 약 70%가 중동에서 오기 때문에 정세가 요동을 치면 홍해랑 호르무즈해협의 안보도 흔들릴 것"이라며 "중동 국가들간 충돌은 우리나라엔 경제적인 타격으로 가장 크게 와닿을 것"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중동 정세가 악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안보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간 전 세계의 질서 유지자로서 역할을 해왔던 미국이 유럽에 이어 중동에서 전선이 열리게 되면, 한반도나 대만 양안 관계에 어려움이 있을 때 안보 공약(commitment)을 어디까지 지킬 수 있을지의 문제"라면서 "중동 정세는 한반도 안보와도 직결돼 있다"라고 강조했다.
<뉴스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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