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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까지 단 1승 남았다’ 안세영 “INFJ라서 시상대 위 세리머니 상상에 몸이 굳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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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04 17:38:56 수정 : 2024-08-04 17: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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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 여제’ 안세영(22·삼성생명)과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인도네시아·세계랭킹 1위)의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준결승이 열린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 게임 스코어 1-1로 맞선 3게임에서 툰중의 하이 클리어가 엔드 라인을 벗어나며 안세영이 20-13으로 매치 포인트를 잡았다. 바로 경기를 끝낼 듯 했지만, 툰중이 연속 스매시로 안세영의 수비를 무력화시키며 20-16까지 따라붙었다.

안세영이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포르트 드 라샤펠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준결승에서 승리한 뒤 상대 선수인 인도네시아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과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안세영은 더 이상 승부를 끌고 갈 생각이 없었다. 곧바로 툰중의 어정쩡한 리턴을 강한 푸쉬로 연결했고, 툰중은 셔틀콕을 안세영의 코트로 넘기지 못했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의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한국 선수의 올림픽 여자 단식 결승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남녀 단식을 합치면 2004 아테네 남자 단식의 손성모(은메달) 이후 20년 만의 올림픽 단식 결승 진출이다.

 

생애 첫 올림픽이었던 3년 전 2020 도쿄에서는 8강에서 탈락했던 안세영은 지난해부터 여자 단식 세계 최강자로 군림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올라 1번 시드로 이번 올림픽에 출전해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안세영이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포르트 드 라샤펠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준결승에서 인도네시아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을 상대로 승리하며 결승 진출을 확정 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세영이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포르트 드 라샤펠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준결승에서 인도네시아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을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안세영의 최대 고비는 전날 열린 ‘종전 세계랭킹 1위’ 출신인 야먀구치 아카네(일본·세계랭킹 6위)와의 8강전으로 여겨졌다. 1게임을 내주고도 강한 체력을 앞세운 무한 수비로 야마구치의 체력을 갉아먹은 안세영은 2게임부터 야마구치를 압도했고, 3게임을 21-8로 크게 누르며 준결승 진출에 성공한 바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준결승 상대인 툰중을 상대로 역대 전적 7전 7승으로 앞서 있었던 안세영이지만, 이날은 툰중이 경기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였다. 10점차 리드를 허용한 끝에 안세영은 1게임을 11-21로 내줬다.

 

당황할 법 했지만, 2게임부터 세계최강자다운 본색을 드러냈다. 상대의 범실을 유도하는 특유의 경기스타일로 일찌감치 멀리 달아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게임은 체력에서 압도하는 안세영의 독무대였다. 안세영은 끈질기게 상대 공격을 되받아쳤고, 툰중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한때 9점차로 앞서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고, 툰중의 막판 추격전을 뿌리치고 2-1(11-21 21-13 21-16) 승리를 거머쥐었다.

안세영이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포르트 드 라샤펠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준결승에서 승리한 뒤 상대 선수인 인도네시아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과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승리가 확정된 순간 안세영은 툰중을 끌어안으며 함께 관중석을 향해 박수를 유도했다. 경기장은 가득 메운 관중들은 안세영과 툰중을 향해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셔틀콕 여제다운 세리머니였다.

 

경기 뒤 안세영은 “1게임엔 긴장이 덜 풀렸는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2게임 들어가기 전 감독님이 자세부터 다시 갖추라고 하셨다. 2게임부터 움직임을 많이 가져가고 마음을 다 잡고 했다”고 승리 비결을 설명했다. 이어 “마지막 관문인 결승에서도 더 많은 힘을 낼 수 있게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툰중과의 포옹을 나눈 것은 선수 대 선수를 넘어 인간 대 인간으로 친한 사이에서 나온 세리머니였다. 안세영은 “툰중도 인도네시아 선수 중 혼자 남아 부담감이 많았을 것 같다. 주니어 시절부터 오래 봐온 선수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 가면 툰중이 밥도 사주고 할 정도로 친하다. 그래서인지 졌을 때의 마음을 아니까 그렇게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세영이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포르트 드 라샤펠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준결승에서 인도네시아의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 선수와의 경기를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뉴스1

2020 도쿄에서 패배의 아픔을 안긴 ‘라이벌’ 천위페이(중국·세계랭킹 2위)와 결승에서 맞붙어 승리한다면 더더욱 멋진 그림이겠지만, 그럴 수 없다. 천위페이가 8강전에서 동료인 허빙자오(9위·중국)에게 패해 탈락했기 때문. 안세영은 “한번 맞붙어보고 싶었다. 그림은 그게 딱 멋있긴한데, 어쩌겠어요. 천위페이가 떨어졌으니까요. 아쉽지만, 우승이 먼저기 때문에 그건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성격 유형 테스트 MBTI가 INFJ인 안세영은 직관과 영감을 중시하는 ‘N’답게 시상대 위에서 할 세리머니에 대한 상상을 많이 한다. 그는 “상상을 진짜 많이 한다. 그래서 잠도 잘 못자고, 그 상상 때문에 몸이 막 굳기도 한다”면서 “낭만적인 엔딩으로 들뜬 마음을 내려놓기가 힘들 정도다. 낭만 있게 결승을 끝낼 수 있도록 내일 경기만을 생각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파리=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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