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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중이라며 집 비번 알려주셔서 샤워·빨래…정말 눈물 날 뻔”

입력 : 2024-08-04 22:00:00 수정 : 2024-08-05 14: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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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폭염 속 ‘피난살이’ 내몰린 주민들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 이어져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폭염 속 '피난살이'에 내몰린 주민들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인천 서구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라동 모 아파트는 지난 1일 새벽 화재로 14개 동 1581세대 중 5개 동 480여세대의 전기 공급이 끊겨 46세대 120여명이 행정복지센터 등지에 마련된 임시 주거시설로 대피했다.

 

연기 흡입 등으로 20여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하에 주차돼 있던 차량 40대가 불에 타고 100여대는 열손과 그을림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창졸간에 보금자리 밖으로 내몰린 이재민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접한 이웃 주민들은 급한 대로 샤워나 세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자기 집과 차량을 선뜻 내어주고 있다.

 

임시 주거시설에서 생활하는 한 이재민은 "인근 아파트 입주민 한 분이 휴가 중이라며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셔서 샤워와 빨래를 했다"며 "다음 주 목요일쯤 전기가 들어올 것 같다는 소식에 막막하지만 이런 따듯한 도움에 너무 감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민은 "이틀 동안 자동차가 없어 불편했는데 본인 차량을 세차까지 해서 빌려주신 분도 계시다"며 "그분이 '소형차라서 오히려 미안하다, 차근차근 하나씩 해결하면 된다'며 격려하는 말씀을 듣고 눈물이 났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전기자동차 주차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이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기거나 지하 주차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의 한 아파트 입주민은 "필리버스터 끝에 만장일치로 전기차 지하 주차장 출입 금지를 결의했다"며 "충전 설비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지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전했다.

 

500세대 규모인 이 아파트의 전기차 등록 대수는 30대로, 모든 차주가 조치에 동의했다고 이 입주민은 전했다. 아울러 지하 충전 설비는 '화재 발생에 따른 점검 등' 사유로 이용을 제한했다고 한다.

 

앞서 경기 안양시의 한 아파트도 올해 초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에 설치한 뒤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로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출입을 막았다. 이 단지는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출입을 금지합니다"라는 현수막도 걸었다.

 

최근 전기차 보급이 늘며 화재 사고도 늘어난 데다가, 지하에서 불이 나면 진압이 어려워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전기차 지하 주차장 주차가 쟁점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2018년 3건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올해는 5월까지 27건의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전기차 사고의 절반 이상이 주차 혹은 충전 중 공동주택에서 일어났다는 분석도 있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국립소방연구원 자료를 보면 최근 7년간 발생한 전기차 화재 중 언론 보도에 나온 전기차 화재 45건을 분석한 결과 주차 중 화재가 42.3%(19건), 충전 중 화재가 22.3%(10건)를 차지했다.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8.8%(13건), 공동주택 주차장 화재는 24.4%(11건)로 절반이 넘는 전기차 화재가 공동주택과 주차장에서 일어났다.

 

주택건설기준에 따르면 30세대 이상 신축 아파트는 총 주차대수의 7% 이상 이동식 충전기 콘센트 의무 설치하고, 친환경자동차법 100세대 이상 신축 아파트는 총 주차대수의 5% 이상, 기축 아파트는 2025년 1월까지 2% 이상 충전시설 의무 설치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간한 '공동주택 전기차 화재 대응 행동 요령'을 보면 전기차 충전 구역은 가급적 지상에 설치하고, 지하에 설치할 경우 지하 3층 이하는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최근 신축 아파트들이 지상 주차장을 없애고 지하층에 주차 공간을 넣는 것을 선호하고, 전기차 보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상 충전소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안으로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강화하고, 시공 단계에서 지하 주차장 화재 진압이 용이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건축공간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낸 '전기차 확산에 따른 공동주택단지 충전설비 설치 기준 개선연구'(권오규·남성우·이주경 부연구위원)에서도 주차 공간의 화재 확산을 방지해 전기차 화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하나 실내 공간에 위치한 주차장에서 화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선 바닥, 벽면 및 천장에 사용되는 다양한 마감대료, 단열재, 보온재의 화재 안전성이 중요하다"며 전체 주차 공간의 화재안전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건자재의 불연재 기준을 높일 것을 제안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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