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별 역대 최고의 선수를 칭할 때 쓰이는 ‘GOAT(Greatest of all time)’. 라파엘 나달(38∙스페인), 로저 페더러(42∙스위스∙은퇴), 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 등 2000년대 남자 테니스를 주름잡은 이들 중 이 칭호를 받은 인물은 조코비치였다.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등 영예로운 4대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서 역대 최다인 24차례 우승을 거두면서 역대 최고로 우뚝 섰다. 이런 그에게도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딱 하나. 바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것이다. 2008 베이징 대회부터 2020 도쿄 대회까지 4번이나 올림픽 무대에 나섰으나, 가장 좋은 성적은 베이징 올림픽 당시 따낸 동메달이었다.
조코비치가 드디어 숙원을 풀었다. 최근 중요한 순간 자신에게 패배를 안기며 라이벌로 떠오른 ‘신성’ 카를로스 알카라스(21∙스페인)를 상대로 2024 파리 올림픽 결승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까지 거머쥐는 ‘커리어 골든 그랜드슬램’을 일궜다.
조코비치는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대회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에서 알카라스를 2-0(7-6<7-3> 7-6<7-2>)으로 꺾었다. 1∼2세트 모두 타이브레이크까지 갈 만큼 두 선수는 접전을 펼쳤지만, 조코비치의 집중력과 간절함이 더 빛나면서 승리를 가져왔다.
이로써 2003년 데뷔한 조코비치는 21년 만에 커리어 골든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슈테피 그라프(독일), 안드레 아가시(미국), 나달, 세레나 윌리엄스(미국) 이후 5번째 커리어 골든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이 됐다.
1987년생인 조코비치는 올림픽 남자 테니스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로도 이름을 남겼다. 맞대결 상대였던 알카라스는 2003년 5월생으로, 만약 금메달을 땄다면 올림픽 테니스 사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로 기록될 수 있었다.
이날 2세트 경기로는 이례적으로 긴 2시간 50분이 걸린 접전이 펼쳐졌다. 서로 한 번도 상대 서브 게임을 뺏지 못할 정도의 팽팽했다. 알카라스는 조코비치에게서 1세트에만 브레이크 포인트 8번을 따내며 괴롭혔으나, 조코비치는 이를 모두 막아내고 타이브레이크서 승리하며 1세트를 가져왔다. 조코비치는 자신의 금메달을 확정할 수 있는 2세트에서도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해 7-2로 막판 집중력을 발휘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조코비치는 지난달 윔블던 결승에서 알카라스에게 당한 0-3 완패도 설욕했다. 알카라스는 올해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을 휩쓸며 세계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어 더 값진 승리였다.
조코비치는 금메달이 확정되자 감격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불끈 쥔 주먹과 온몸이 떨릴 정도로 기뻐했다. 이런 모습에 관중들은 조코비치의 이름을 연호하며 전설의 투혼에 찬사를 보냈다. 이후 조코비치는 세르비아 국기를 들고 곧장 관중석으로 올라가 자신을 응원하러 온 딸을 부둥켜안고 또 한 번 기쁨의 눈물을 터뜨렸다. 24번이나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든 ‘무결점의 사나이’도 5번 만의 올림픽 무대 도전 끝에 따낸 금메달이 더없이 소중했다.
조코비치는 “내 심장과 영혼, 신체, 가족, 모든 것을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바쳤을 정도”라며 “엄청난 전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전날 여자 단식에서는 중국의 정친원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거는 위업을 달성했다. 정친원은 준결승에서 세계 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를 2-0(6-2 7-5)으로 제압한 데 이어 결승에서도 도나 베키치(크로아티아)를 2-0(6-2 6-3)으로 꺾었다. 정친원은 금메달을 획득한 뒤 “나는 방금 역사를 만들었고,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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