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골프 세계 랭킹 1 스코티 셰플러(미국)의 독주는 어디까지일까. 올해 쾌조의 컨디션으로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즈를 비롯해 미국 프로골프(PGA) 무대 트로피를 휩쓸고 있는 셰플러가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마저 거머쥐었다.
셰플러는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기앙쿠르의 르골프 나쇼날(파71)에서 펼쳐진 남자 골프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무려 9개를 몰아치며 9언더파 62타를 쳤다. 최종 합계 19언더파 265타를 기록한 셰플러는 ‘기계’ 토미 플리트우드(영국)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로써 셰플러는 2022년과 올해 마스터스 제패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을 추가하며 커리어를 더욱 빛나게 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6위였던 셰플러는 이날 후반 9개 홀에서 버디 6개를 몰아치는 뒷심을 발휘해 1타 차 역전 우승을 달성했다. 플리트우드가 막판까지 셰플러와 동타로 맞서다가 17번 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해 1타 차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동메달은 17언더파 267타의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차지했다.
한국 선수로는 이날 셰플러와 라운딩을 함께한 김주형이 13언더파 271타를 치고 단독 8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안병훈의 공동 11위를 뛰어넘는 한국 남자 선수 올림픽 최고 순위 기록이다. 안병훈은 이번 대회 6언더파 278타, 공동 24위에 올랐다. 김주형은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해 2타를 잃은 게 아쉬웠다.
경기 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김주형은 눈물을 보이며 “첫 올림픽 출전이었는데, 이렇게 감동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메달을 못 따서 우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며 “사실 17번 홀 정도부터 (감정이) 올라왔다. 올해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받은 스트레스에 동반 플레이를 한 스코티 셰플러가 해준 말들이 겹치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고 밝혔다. 김주형은 “셰플러가 제 고민을 많이 들어주다 보니 제 생각을 잘 알고, 고생했다고 해주는 말이 고마웠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주형은 끝으로 “나라를 대표한다는 부담감도 컸고, 우리 남자 골프가 아직 올림픽 메달이 없어서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제가 메달을 따면 대한민국 골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감정들이 대회가 끝나고 나온 것”이라며 “올림픽 경험이 어떤 것인지 잘 느꼈고,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 선수가 왜 그렇게 자주 우는지 이제 알 것 같다”고 웃었다.
한편 파리 올림픽 여자 골프는 7일 1라운드를 시작한다. 이번 대회 여자부 경기에 한국 선수는 양희영, 고진영, 김효주가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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