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입찰 비리 의혹으로 왕정홍 전 방위사업청장을 소환했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는 지난달 31일 왕 전 청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불러 조사했다.
왕 전 청장은 2020년 5월 KDDX 사업 기본설계 입찰이 있기 전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하도록 규정을 바꾼 혐의를 받고 있다.
방사청은 2019년 9월 무기체계제안서 평가업무지침을 개정해 보안 사고가 발생한 업체에 0.5∼1.5점을 감점하는 규정을 삭제했다. 당시 KDDX 기밀 자료 유출 사건에 연루됐던 HD현중은 이 같은 규정 변경 덕분에 감점되지 않았고, 대우조선해양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사업자로 선정됐다.
경찰은 왕 전 청장이 HD현중 측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특혜를 준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방사청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왕 전 청장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다만 왕 전 청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D현중 역시 지난달 26일 경찰에 증거자료 포함 197쪽의 의견서를 제출해 “최근 일부에서 제기되는 자사와 왕 전 청장 간 유착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사실관계를 신속하고 명확하게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HD현중 측은 해당 규정의 삭제는 자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HD현중과 한화오션을 비롯한 7개 방위산업체가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고, 권익위의 권고를 방사청이 받아들여 삭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으로 구체적으로 설명이 어렵다”면서도 “필요할 경우 왕 전 청장을 추가로 소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르면 이달 중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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