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암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발생
백인종이 황인종에 비해 발병 지수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진 피부암의 국내 환자 수가 20년 새 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율은 암종 별로 제각각인 것으로 집계됐다.
5일 권순효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팀이 공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1999년 1255명이던 피부암 환자 수는 2019년 8778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1999부터 2019년까지 중앙암등록본부 자료를 활용해 국내 피부암 환자 발생·생존 등의 구체적 변화를 처음으로 분석한 내용이다.
평균 수명과 야외활동 증가 등으로 피부암의 주요 원인인 햇빛 노출이 많아지면서 암 발생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멜라닌 색소가 백인종보다 황인종에게 더 많다. 그럼에도 피부암 위험이 갈수록 커지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 암 연구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영국에선 피부암 발병률이 약 33% 증가했다. 올해 영국에서 흑색종 발생 건수는 2만800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연령대는 80대 이상으로 2014년 이후 진단 건수가 47%나 급증했다.
권순효 교수는 “피부암의 실제 발생이 많아지기도 했지만, 피부암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초기 단계에 진단되는 경우도 많아졌기 때문에 환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부암은 고령자에게서 많이 발생했다. 2019년 기준 악성흑생종·기저세포암·편평세포암 등은 70세 이상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나왔다.
피부암에 걸렸을 때 생존율은 암종에 따라 크게 갈렸다. 가장 흔한 피부암인 기저세포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100%를 넘겼다. 편평세포암은 1996년~2000년 77.3%에서 2015~2019년 89.3%로 5년 생존율이 높아졌다. 반면 악성흑생종은 63.9%, 혈관육종은 24.7%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피부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초기 발견이 중요하다. 가장 흔한 피부암인 기저세포암·편평세포암의 일차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일찍 발견할수록 수술 범위가 줄어들고 미용상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작아진다.
권 교수는 “피부암은 주로 고령자 얼굴에서 발생하는 걸 고려해 (자녀가) 부모님 얼굴에서 이상한 점이나 낫지 않는 상처를 볼 경우 빠르게 피부과를 방문해야 한다”고 밝혔다.
피부암을 조기에 진단하기 위해선 ‘ABCDE 법칙’을 기억해야 한다. A는 비대칭(Asymmetry)이다. 점을 반 갈랐을 때 양쪽 모양이 많이 다르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 B는 경계부(Border)다. 점과 달리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면 피부암일 확률이 높아진다.
C는 색(Color)으로 점의 색이 균일하지 않고 여러 가지가 섞여 있는지 봐야 한다. D는 크기(Diameter)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대략 6mm 이상이 되면 피부암의 위험도가 높다고 본다. E는 진화(Evolving)로 점점 커지거나 튀어나오는지 경과를 본다.
생존율이 낮은 악성흑생종을 예방하기 위해선 더욱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영국 일간 더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피부암 증상을 알아채기 위해선 손뿐 아니라 발과 같이 자외선 노출이 적은 부위도 관찰할 것을 권장했다.
악성흑색종은 한국인의 경우 자외선 노출과 관련성이 낮은 손과 발가락, 손바닥, 발바닥 등에 잘 생긴다. 구체적으로는 손발바닥에 검은 점이나 손발톱에 검은 세로줄이 생긴 경우 등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피부암 초기에는 피부염과 비슷한 모양으로 나타나거나 일반 점처럼 보여 오인하는 경우가 많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져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악성흑생종의 가장 흔한 징후는 새로운 점이 생기거나 기존에 있던 점이 변색했을 때다. 성별에 따라서 악성흑생종이 발현하는 부위가 다를 수도 있다. 여성의 가장 흔한 특정 위치는 다리다. 남성은 등이나 몸통에서 흑색종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흑색종으로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여러 색이 혼합된 점이 나타남 △점 크기가 커짐 △점 모양이 변함 △점이 부음 △점에서 피가 남 △점이 있는 부위 간지러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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