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행한데 뭐가 그리 즐거울까”… ‘웃음소리’ 단란한 이웃집에 칼부림 [그해 오늘]

신정동 옥탑방 묻지마 살인…“웃음소리에 화나”
피해자는 초등학생 남매 키우던 동갑내기 부부
“사회성 완전히 결여…자포자기 심정으로 범행”

14년전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다가구주택 옥탑방에서 한 가정의 평범한 일상을 깨뜨린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2010년 8월 7일 오후 6시쯤 범인 일용직 노동자 윤모씨(33)는 범행전 놀이터에 앉아 있는데 맞은편 다가구주택 3층에서 4인 가족이 단란하게 TV를 보고 있던 모습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불행한데 뭐가 그리 즐거울까”라는 마음을 먹은 윤씨는 해당 가정의 행복을 깨뜨리기로 마음 먹었다.

윤씨는 다짜고짜 그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고 둔기로 주부 장모씨(42)의 머리를 내리쳤다. 윤씨의 범행으로 조용한 주택가가 일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아내 장씨의 비명소리에 놀란 남편 임모씨(42)가 방문을 열고 나오자 윤씨는 둔기를 버리고 흉기를 꺼내 임씨를 찔렀다.

윤씨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 듯 아이들을 그대로 둔 채 서둘러 달아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는 장씨와 임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임씨는 과다출혈로 이송 중 숨졌다.

당시 피해자 가족은 초등학생 남매(14세,11세)를 키우고 있는 동갑내기 부부로 오손도손 살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었다.

경찰은 인근 CCTV 900여대를 들여다보며 범인의 모습을 확보, 탐문수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범인은 한달 넘게 잡히지 않았고 사건 발생 36일째 박성열 경사가 양천구 일대를 돌아다니다 비슷한 인상착의의 남성을 발견했다. 박 경사는 윤씨에게 다가가 단호하게 “망치가지고 왜 그랬어?”라고 물었고 망설이던 윤씨는 “경찰서 가서 얘기하시죠”라며 순순히 자백했다.

윤씨는 범행 당시 옷조차 갈아입지 않은 채 현장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고 검거 당시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이미 윤씨는 강도·강간 혐의로 14년 6개월간 수감됐다가 범행 3개월전 출소한 전과자였다.

사건 당일 윤씨는 놀이터에 앉아 막걸리 한 병을 마셨고 단란한 가족의 웃음소리에 분노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경찰조사에서 윤씨는 “불행한 내 처지와 너무 비교돼 순간적으로 분노해 일을 저질렀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렇게 우울하고 절망하고 있는데 뭐가 그리 행복하다고 웃고 있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씨는 “죄송하다. 죽어서라도 참회하겠다”고 전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윤씨는 10대 후반에 범죄를 저지르고 20대의 시간을 모두 교도소에서 보냈기 때문에 사회성이 완전히 결여됐다”라며 “자포자기 심정에서 피해자는 자신이 갖지 못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는 사실에 격분해 화풀이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법무부는 피해자 가족에게 임대주택 30% 할인과 유족보조금 3000만원을 지급했다. 아울러 피해자 가족은 “경찰이 오면 사건이 생각날 것 같으니 연락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1심에서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윤씨는 항소했지만 기각되면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