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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미’라는 단어에 유감이다. 도움을 주고 받는 데 대한 것이 아니다. 단어 하나가 우리말에 미칠 기우 탓이다. ‘도우미’는 ‘도움을 주는 이’라는 뜻이다. 동사 ‘돕다’에 ‘사람’, ‘사물’, ‘일’을 나타내는 접미사 ‘이’가 붙은 파생어다. 우리말 조어법을 따른다면 ‘도움이’가 올바른 단어다.

‘도우미’가 세력을 얻어 ‘도움이’를 누른 건 뭐니뭐니 해도 1993년 대전 엑스포의 영향이 크다. 당시 조직위원회가 ‘도움이’가 아닌 ‘도우미’를 뽑았다. ‘도움을 주는 우리나라 미인’의 준말이라고는 한다. ‘도우미’가 문을 여니 ‘알리미’, ‘지키미’, ‘깔끄미’도 나왔다. 이러다가 학생들이 ‘재떠리’(재떨이), ‘맞버리’(맞벌이)를 표준어로 알지 않을까 걱정이다.

새삼 도우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단어가 하나 더 붙었다. ‘돌봄도우미’와 ‘가사도우미’가 그것이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와 가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그제 입국한 필리핀 여성 100명의 역할을 놓고서다. 한결같이 영어 실력이 유창하고 한국어까지 가능한 이들이다. 필리핀 정부가 공인한 ‘caregiving(돌봄)’ 자격증까지 갖췄다.

공식 명칭은 가사관리사, 영어로 케어기버(caregiver)다. 어딘가 어색한 조합이다. 우리 말로는 가사 쪽이, 영어로는 돌봄 쪽이 강하다. 우리 측에서는 돌봄과 가사를 함께 수행하는 것을 희망했으나 필리핀 측에서는 엄격하게 돌봄에 국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앞으로 집안일을 어디까지 시킬 수 있는지를 놓고 많은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청소·세탁 등 육아와 관련된 가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동거가족에 대한 가사업무를 부수적으로 수행한다’는 정부 설명을 읽어봐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비용을 놓고서도 논란이다. 이들의 시급은 9860원으로 정해졌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보다 서너 배 높다. 여기에 4대 사회보험 등 간접비까지 지급해야 한다. 8시간 기준으로 월 238만원이라는데 부담이 클 듯하다. 지금도 ‘이모님’들에게 월 200만∼300만원을 주고 있다. 맞벌이 가정의 육아와 가사를 돕고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가 외국인 인권 보호의 대의 속에서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닌가 싶다.


박희준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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