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강만수 전 장관 “관리 때려잡는다고 세월호 같은 사건 재발 막을 수 있나”

입력 : 2024-08-10 14:45:00 수정 : 2024-08-10 11:52:4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최근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삼성글로벌리서치) 발간

강만수(79) 전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잘못이 있으면 잘못한 사람을 잘못대로 처벌하면 되지 왜 성실히 일하는 대다수 관료의 사기를 죽이는지 알 수 없다”며 “관리를 때려잡는다고 세월호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최근 펴낸 책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삼성글로벌리서치)을 통해서다.

 

강 전 위원장은 1997년 김영삼정부 시절 이른바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린 IMF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부 차관, 2008년 이명박정부 시절 미국 주요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발 세계적 금융위기 때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했다. 특히 이명박정부 시절 이 대통령의 전폭적 신임에 힘입어 기재부 장관과 대통령경제특별보좌관,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KDB금융그룹 회장을 지내는 등 최고 경제 실세로 불렸다.   

강만수 전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강 전 위원장은 이 책 ‘제 7부-일류국가의 정치경제학’ 중 ‘아직도 살아 있는 조선총독-슬픈 유산’에서 “지금 관리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관리이지 부패왕조의 관리도, 조선총독부의 관리도, 권위주의 정부의 관리도 아니다”며 “법에 따라 행위자를 처벌하면 되는 세월호 사건은 아무 관계도 없는 ‘관피아’에 ‘천민관료’까지 나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패관료가 괴롭혀도 당할 수밖에 없고, 지배계층이 앞장서 나라를 팔아먹고,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한 과거는 지나간 과거이고 역사일 뿐 지금의 현실이 아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우리 사회와 정치권이 공권력을 존중하지 않거나 큰 사건이 터지면 관료주의 탓부터 하고 공무원을 희생양 삼는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재무부 이재국장과 국제금융국장, 세제실장, 주미대사관 재무관, 관세청장 등 엘리트(최우수) 경제 관료 출신인 강 전 위원장은 “속담에 머슴 잘 부리려면 밥부터 많이 주라는 말이 있다”며 “한 세대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기적의 배후에 엘리트 관료제도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고도 했다.

 

아울러 갈수록 증폭되는 우리 사회 갈등과 증오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조선총독 시절처럼) 슬픈 역사의 유산은 아직도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자기 학대와 자기 비하가 아니면 지금의 갈등과 증오를 설명하기 어렵다”면서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가 다수결로 뽑은 대통령”이라며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다음 선거를 기다려야 한다. 이것이 다수결에 의한 대의민주주의의 요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중심의 거대 야권과 그 지지층이 윤 대통령 탄핵을 압박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으로 해석된다.

 

강 전 위원장은 “우리끼리 갈등과 증오를 확대 재생산하는 이 슬픈 유산에서 언제 해방될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우울해진다”며 글을 마쳤다.   


한편, 이 책은 한국경제 최대 격변기를 경험하고 지휘한 경제관료의 비망록이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험난한 여정을 거친 한국경제의 궤적을 온전히 보여주고자 먼저 출간했던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2005)과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실록’(2015)을 한데 묶어 정리했다.

강만수/ 삼성글로벌리서치/ 4만5000원

저자인 강 전 위원장은 1970년대 박정희정부 개발연대부터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미국 주요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따른 세계적 금융위기 파고를 넘기까지 40여년 동안 격동기 한국경제 현장에 있었다. 저자는 1970년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이래 국세청, 재무부, 관세청, 통상산업부, 주미대사관 등을 두루 거치며 재정과 금융, 국내금융과 국제금융, 세입과 세출, 내국세와 관세를 모두 경험했고,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재정경제부 차관으로,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고군분투했다.

 

책은 크게 △재정 △금융 △국제금융 △아시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위기의 반성 △일류국가의 정치경제학 7부로 나뉜다. 그 안에 부가가치세와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 탄생 과정 및 비화를 비롯해 금융자율화, 금융시장 개방, 외환위기와 IMF 구제금융, 대통령선거와 세계 금융위기 대응 등 한국 경제정책사가 상세히 담겨 있다. 

 

“내가 1987년 환란에서 많은 대가를 치르고 배운 뼈아픈 교훈은 다섯 가지다. 첫째, 위기는 다시 온다. 둘째, 대외균형이 우선이다. 셋째, 환율은 주권이다. 넷째, 외환보유고는 많을수록 좋다. 다섯째, 기술이 살길이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강한나 '사랑스러운 미소'
  • 강한나 '사랑스러운 미소'
  • 김성령 '오늘도 예쁨'
  • 이유영 '우아한 미소'
  • 혜리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