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역도요정‘이라 불러야할 듯 하다. ‘제2의 장미란’으로 불리는 박혜정(21·고양시청)이 롤모델인 장미란(41) 문화체육관광부 제2 차관과 같은 길을 걸었다. 장 차관이 첫 올림픽이었던 2004 아테네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것처럼 박혜정도 생애 첫 올림픽인 2024 파리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박혜정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6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역도 여자 역도 여자 81kg 이상급에서 인상 131kg, 용상 168kg를 들어 합계 299kg로 309kg(인상 136kg, 용상 173kg)의 리원원(중국)에 이어 2위에 오르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합계 288㎏(인상 126㎏·용상 162㎏)을 든 3위 에밀리 캠벨(영국)와는 10kg 이상 차이나는 압도적 은메달이었다. 299kg는 지난 4월 자신이 작성한 여자 최중량급 합계 한국 기록 296㎏을 3㎏ 넘어선 한국 신기록이다.
박혜정은 인상부터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1차 시기 123kg, 2차 시기 4kg 늘린 127kg도 무리 없이 들었다. 3차 신청 무게는 131kg. 이는 자신이 지난 4월 태국 푸껫에서 열린 2024 국제역도연맹(IWF) 월드컵 여자 최중량급 경기(당시에는 87㎏ 이상급)에서 든 130㎏을 1kg로 넘긴 수치였다. 박혜정은 131kg도 깔끔하게 성공했다. 인상 한국 신기록이었다.
이 체급 ‘세계 최강’ 리원원은 1차시기부터 다른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듯 1차 130kg를 신청해 가볍게 성공했다. 2차 시기에서도 136kg를 들어 박혜정을 2위로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다. 3차 시기는 신청하지 않았다.
용상에서도 박혜정은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갔다. 1차 시기 163kg, 2차 시기 168kg도 깨끗하게 들어올렸다. 인상에서 126kg로 박혜정에 이어 3위에 오른 에밀리 캠벨(영국)이 용상 1차 162kg를 성공시킨 뒤 박혜정을 용상에서 제치기 위해 2차를 169kg를 신청했으나 실패했다. 사실상 박혜정의 은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리원원은 용상 1차 167kg, 2차 173kg를 성공시키며 합계 309kg로 금메달을 확정했다. 3차 시기는 174kg를 신청해놓고 금메달 세리머니를 하면서 감독과 기쁨을 만끽했다. 마지막으로 캠벨은 용상 3차를 174kg로 더 올렸다. 박혜정을 제치고 은메달에 도전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바벨을 들자마자 실패하면서 박혜정의 은메달이 확정됐다.
첫 올림픽 메달,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는 박혜정은 이를 달성해냈다. 첫 목표를 이룬 박혜정은 “리원원 선수가 몸이 조금 떨어졌더라. 그래서 4년 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붙어볼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4년 뒤를 기약했다.
박혜정은 지난 4월 육상 원반던지기 선수 출신인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어머니는 그에게 정신적인 버팀목이었기에 슬픔은 더욱 컸다. 박혜정은 “아빠랑 언니에게 메달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에 가서 엄마께도 은메달을 보여드릴 것”이라면서 “워밍업하는 데 문득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시상대에 올라갔을 때도 엄마 생각에 좀 울컥했다. 살아계셨다면 아빠랑 언니와 함께 여기 와 계시지 않았을까. 안아주셨을 것 같다”고 그리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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