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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실화해위서 결론 났는데… 법무부 “입증 부족, 다시 다퉈야”

, 이슈팀

입력 : 2024-08-13 15:41:58 수정 : 2024-08-13 15: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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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유족에게 유감 표하고 두 달 뒤 돌연 입장 바꿔
유족 측 “새로운 사실 발견 안 됐는데 입장 철회 납득 어려워”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 결정 부인한 꼴”

“이 사건의 가해주체는 육군정보국 소속 CIC, 제22연대 헌병대, 대구 지역 경찰 등이다. 따라서 민간인 불법 살해의 최종적인 책임은 이들 군경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국가에 귀속된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지난해 9월26일 낸 ‘대구형무소 재소자 희생 사건’ 진실규명결정서의 일부다. 1950년 7월에서 8월 사이 발생한 이 사건에서 진실화해위는 최소 1400여명의 대구형무소 재소자들이 집단 희생됐다고 봤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정치사상범이라는 이유로 수감 중이었는데, 한국전쟁 발발 직후 법적 근거와 절차 없이 불법 살해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진실화해위가 국가에 의한 희생자로 인정한 사건인데 손해배상소송에서 이를 다시 입증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부는 재판부에 처음 제출한 준비서면에선 희생자 유족에게 유감을 표하며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입증이 부족하다며 입장을 철회했다.

 

진실화해위 진실규명결정서를 보면 ‘대구형무소 재소자 희생 사건’ 희생자 고 김모(1950년 사망 당시 23세)씨는 경북 경주시에 있는 경주역 기관사로 일하다가, 1949년 철도 노조 활동에 연루 혐의를 받아 정치사상범으로 대구형무소에 수감됐다. 업무 중 철도 접촉 사고를 냈는데 이것이 노조 활동으로 의심받았다. 김씨는 형무소에서 ‘사상범이 아니냐, 누가 동료냐’라는 등의 신문을 받으며 고초를 당했다. 가족들은 누명을 쓴 만큼 김씨가 곧 석방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던 중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해방 이후 대구형무소에는 수용 가능 인원보다 훨씬 많은 수의 정치사상범이 재소 중이었다. 1950년 7월부터 8월까지 대구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들과 안동형무소 등에서 이감된 재소자들은 군경에 인도돼 경북 경산시 경산코발트광산, 대구시 가창면 용계리 계곡, 가창면 상원리 중석광산, 경북 칠곡군 신동재 등지에서 집단 희생됐다. 

 

희생자 아들 김모(78)씨와 유가족들은 지난해 11월14일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진실화해위가 진실규명에 따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 추모사업 지원, 역사 기록 반영, 평화인권교육 실시 등을 권고한 뒤였다. 

 

사진=뉴시스

법무부는 지난 1월8일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김씨가 대구형무소 재소자 희생 사건의 희생자였던 점을 다투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피고(대한민국)에게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그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원고들을 적법한 법적 절차 없이 집단 살해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는 바”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 3월11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는 이를 철회했다. 법무부는 “1950년 경 있었던 대구형무소 재소자 희생 사건의 희생자였던 점을 다투지 않는 사실로 주장했던 점을 철회한다”며 “추가적으로 원고의 주장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점을 주장하고자 한다”고 했다. 희생자 김씨가 형무소에 갇혀 있다 군경에 인도된 사실은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이후 국가에 의해 희생됐다는 점에 대해선 가족 및 친인척의 진술 외에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유족 측은 진실화해위 결정을 부인하는 처사라며 반발했다. 아들 김씨는 “정부가 위원회를 만들어서 인정했는데 거기에 반하는 논리를 주장하는 건 국가기관의 신뢰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반론을 제기할 만한 사실이 있으면 몰라도 아무런 변동사항이 없는데 느닷없이 증거가 부족하다고 하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이정도 법무법인 백양 변호사는 “유족 입장에선 똑같은 국가기관인데 한 곳은 사과를 권고하고 다른 한 곳은 사실인지부터 다시 다투자고 하니 황당한 것”이라며 “국가의 모순적 태도가 국가 신뢰성 측면에서 바람직한지 의문이고 피해자의 신속하고 온전한 피해 복구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진실화해위에서 희생자로 인정될 경우 유족이 별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배상액을 다소 줄이더라도 행정절차로서 일괄하여 배상할 수 있도록 입법한다면 당사자와 법원 모두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본지는 법무부의 입장 청취를 시도했지만 법무부 관계자는 “계속 중인 소송 사건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선고기일은 14일 오후 1시5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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