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산재 예방”… 안전보건 관리비 19% 인상

정부, 11년 만에… 2025년 인상률 적용
전체 외국인 근로자 안전교육 의무

우수 사업장 인정 점수도 상향
정부 지원사업 기준 강화 계획

화성 배터리공장 화재와 같은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해 건설현장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관리비가 크게 오르고, 산업안전 교육 의무화 대상도 전체 외국인 근로자로 확대된다.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13일 발주자가 건설현장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시공사에 지급하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산안비)를 11년 만에 평균 19% 인상하고, 고용허가제비자(E9, H2) 외에 재외동포비자(F4) 등으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도 산업안전 교육을 의무로 받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연기가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중수본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는 주로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며, 산업재해는 건설업에 집중돼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5세 이상 우리나라 상주 외국인은 143만명이다. 이 중 취업자는 64.5%(92만3000여명)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종사하는 비율이 78.9%(72만9000여명)다.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의 산재 사고 사망자는 85명으로 전체 산재 사고 사망자의 10.5%를 차지했다. 85명 중 건설업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55명(64.7%)으로 가장 많다.

산안비는 공사 금액이 2000만원 이상인 경우 건설 발주자가 시행사에 안전보건관리 용도로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다. △보호구 △근로자 건강장해 예방비 △안전시설비 등 용처가 제한돼 있다. 2013년 평균 7.6% 상향돼 현재 전체 공사비의 단순 평균값은 2.18%다. 정부는 이를 11년 만에 19.29% 인상해 평균 2.60%로 올리기로 했다. 고용부 고시 개정안 행정예고를 거쳐 내년 1월1일부터 인상된 요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외국인 근로자 산업안전 교육도 대폭 강화된다. 화성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에서 사망한 외국인 근로자 중 E9, H2는 한 명도 없었고, 방문취업비자(H2)와 재외동포비자(F4)를 포함한 F 계열이었다. E9, H2 비자로 입국할 경우 입국 시와 취업 시 산업안전 교육이 의무지만, 그 외 비자로 입국할 경우에는 취업 시에만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교육을 시키도록 돼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화성 아리셀공장 화재사고 중앙사고수습본부 제3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이런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연내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국내에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안전교육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92만 외국인 근로자들이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전문적인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지원 사업도 손질한다. 아리셀의 경우 위험성 평가 우수 사업장 인정 기준인 70점을 넘어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우수 기업으로 선정됐고, 2021∼2023년 산재 보험료를 감면받았다. 고용부는 인정 기준을 90점으로 높이고, 인정 후 3년 이내 중대재해가 발생할 시 산재 보험료 감면액을 환수키로 했다.

이지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