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악의 대형 산불에 정부 향한 비판 목소리 커져
그리스 수도 아테네 인근에서 대형 산불이 사흘째 계속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지난 11일 아테네에서 북동쪽으로 약 35㎞ 떨어진 바르나바스에서 시작된 이번 산불은 지금까지 총 100㎢를 태웠다.
불길은 강풍을 타고 전날 아테네 중심부에서 14㎞ 거리에 있는 브릴리시아까지 번졌고, 그곳에서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는 60대 몰도바 출신 여성으로 시신은 브릴리시아 교외에 있는 공장의 불에 탄 철재와 의자, 테이블 사이에서 발견됐다.
이외에도 연기 흡입 등으로 최소 66명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소방관 5명도 화상을 입었다.
그리스는 전날 화재 진화를 위해 유럽연합(EU)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루마니아, 세르비아, 튀르키예가 수백명의 소방 인력과 소방 헬리콥터, 소방차, 살수차를 지원했다고 그리스 당국은 밝혔다.
그리스 소방관협회장인 코스타스 치그카스는 이날 공영방송 ERT에 밤사이 진화 작업이 진전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인 상황은 개선됐지만 오늘 정오부터 다시 바람이 불면 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테네 국립천문대는 이날 최고 기온이 38도까지 오르고 시속 39㎞의 강풍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이번 산불은 아테네 인근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아테네 외곽 도시인 할란드리의 시장 시모스 루소스는 자신의 마을에서만 화재로 소실된 주택이 12채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수많은 사업체, 차량, 석탄 야적장, 페인트 창고도 피해를 당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불은 50㎞를 이동하며 (풍향에 따라) 10번이나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인근 네아 펜텔리에서는 목재와 프로판 가스통이 보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창고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는 사흘째 계속된 산불로 전국의 대기질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전역에서는 지난 5월 이후 수백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그리스 현지 언론매체들은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최대 일간지 타네아는 "더는 안 된다"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게재했다. 카티메리니는 "통제 불능의 불이 엄청난 파괴와 대답 없는 질문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일간지 에프신은 "막시모스(그리스 총리 관저)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고향인 하니아섬에서 휴가를 보내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지난 11일 휴가를 취소하고 아테네로 돌아왔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아직 이번 재난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EU 재난·위기대응 프로그램인 '시민보호 메커니즘'에 참여 중인 유럽 국가들을 통해 그리스에 지상·공중 진압 장비와 인력을 지원 중이라고 밝혔다.
집행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필요에 따라 추가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인접 국가이자 산불이 발생한 알바니아에 루마니아를 통해 최대 6t가량의 물을 운반할 수 있는 다목적 군용기를 급파할 예정이다.
아울러 최근 유럽 전역에서 급증한 산불 대응을 위해 6억 유로(약 8천991억원)의 기금을 투입해 소방 항공기 12대를 구매, 그리스·크로아티아를 비롯한 6개 회원국에 영구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새 항공기 배치는 2027년 말이 돼야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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