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계에 의과대학 정원으로 인한 ‘의대 열풍’이 부는 가운데 서울 강남구 대치동을 중심으로 성행하던 ‘초등 의대반’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전국적으로 초등 의대반 온라인 실태조사를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를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초등 의대반 홍보물이 발견됐다.
초등 의대반 홍보물이 발견된 학원은 총 89곳, 개설된 프로그램은 136개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8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20곳, 대구 10곳, 인천 5곳, 부산 3곳 순이었다.
초등 의대반의 수학 선행학습 정도 빠른 편이다. 136개 초등 의대반 중 모집 대상과 커리큘럼을 공개한 72개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수학 선행학습 정도는 평균 4.6년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초등학교 5·6학년 때 중학교 과정을 마친 후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수학 과정을 학습한다는 의미다.
대치동의 한 학원은 초등학교 5학년 때 7년을 앞당겨 고2 과정인 수학1까지 배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정상적인 학교 교육과정과 비교하면 14배 빠른 선행교육을 하는 셈이다.
초등 의대반 진입 장벽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 의대반에 들어가려면 레벨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한 프랜차이즈 학원은 초등 2~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레벨 테스트에서 고1 수준의 문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초등 2~3학년이 이 학원의 레벨 테스트를 통과해 의대반에 들어가려면 고1 수학까지 선행 학습해야 한다는 뜻이다.
초등 의대반에서 가르치는 내용에는 대학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개념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 5학년을 대상으로 의대반을 운영하는 5개 학원을 분석했더니 중학교 2학년 1학기용으로 출간된 교재에 '가우스 기호' 등 대학 과정에 해당하는 문제가 다수 실렸다.
구본창 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과 개최한 토론회에서 "초등 의대반 같은 과도한 선행 사교육 상품은 학생, 학부모 부담을 가중할 뿐 아니라 교육 불평등을 악화하는 원인인데도 현행 법률로는 전혀 규제할 수 없다"며 '초등의대반 방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강 의원은 "초등 의대반 같은 사교육 현장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교육 격차와 교육 불평등은 더 심해지고 궁극적으로 아이들의 인권 보장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학원가의 초등의대반 개설 실태를 면밀하고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선행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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