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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청 앞에 집결한 의대생 학부모들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아이들 학교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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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15 16:47:03 수정 : 2024-08-15 16: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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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아들 꿈 물거품”…교육 부실 우려
시민들 “의료 공백에 피해 큰데 씁쓸해”

의대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1000여명이 15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집결했다. 흰색 상의를 입고, ‘의학교육 정상화’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쓴 이들은 의대 증원 정책이 원점 재검토돼야 한다며, 의대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이날 전국의대생학부모연합과 경기도의사회는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의학교육 정상화 호소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서울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오른 이 날 궐기대회 참석자들은 손에 ‘1만8000명 학습권을 보장하라’, ‘의평원 국제 기준 준수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규탄했다. 궐기대회에는 의대생으로 추정되는 자녀들도 부모와 함께 자리를 지켰다. 

 

15일 서울 세종대로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 의료교육 정상화 호소 궐기대회에서 의대생, 학부모 등 참석자들이 의대생 학습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1만8000명 의대생이 7개월째 학교에 못 가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같은 전쟁하는 나라도 이런 일은 없다”며 “우리는 이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 나왔다. 내일이라도 당장 학생들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조치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의대생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의대 정원 정책의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에서 왔다는 한 공중보건의의 부모는 단상에 올라 “필수 의료를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필수과를 포기하게 만드는 정책으로 아들의 꿈이 물거품이 될 판”이라며 “의대생 부모가 아니라고, 전공의 부모가 아니라고 제가 어떻게 나 몰라라 외면하고 방관할 수 있겠냐”고 울먹이며 말했다.

 

그는 자식의 교육권을 위해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실습할 병원과 환자 부족으로 임상 실습도 제대로 못 하게 되는 열악한 교육 환경은 입학할 때 보장받았던 수업권 아니기에 우리 학부모들은 오늘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 것”이라며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식의 학교가 멈추고 자식의 미래 직업이 박살 나는데 가만히 있겠냐”고 했다. 

 

집회에는 의대 교수도 참석해 의료 교육 부실 우려를 거듭 강조했다. 채희복 충북대병원 비대위원장은 “50명 규모로 지어진 강의실에서 당장 내년부터 200명이 강의를 듣는다는 것이 가능하겠나”면서 “의대의 경우 실습 교육이 중요한데 지금 본과 3·4학년 100명이 실습을 하던 것이 증원이 되면 400명이 실습을 돌아야 하는데 교육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제대로 된 임상실습 교육도 못 받고 면허를 받으면 해도도 없이 망망대해를 떠나는 돛단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5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의학교육 정상화 호소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등록금 납부 거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 위원장은 정부가 원하는 대로 필수의료, 지방의료가 강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학 입학생의 60%가 서울과 경기권 고등학교 졸업생들”이라며 “결국 서울에서 활동하는 의사 수를 늘리는 효과에 불과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원칙인데, 지금 증원된 의사들이 지금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대학병원 종합병원의 필수과 봉직의로 남거나 지역사회에서 필수의료와 관련된 의료 서비스에 종사할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부연했다.

 

손현준 충북대 의대 교수도 의대 교육 질이 저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교수는 해부학 수업 시간에 6명이 한조를 꾸려 카데바(해부 실습용 시신)를 쓰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며 “20명이 한 개를 쓰면 어떻게 되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교수 부족에 더해 조교도 부족해질 것이라며 “한국 의료를 망가트리려고 작정한 것 같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을 체감하고 있는 시민들은 이날 집회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이모씨는 본인도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지만 의대생 학부모들의 집회는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당사자인 의대생이 집회를 한대도 국민이 공감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다 큰 성인들의 부모들이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이는 건 더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대학생 유모씨도 “자기 자식‘만’ 중요하다는 이기주의 아니냐”며 “전공의 이탈로 의료 현장 피해가 크다는데, 씁쓸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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