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철 신임 도정자문위원장 ‘역할’…친노·친문 상징적 인물
김동연 ‘대선 장외 레이스’…민주당 ‘심장’ 호남 잇따라 방문
전해철 합류·김경수 복권 ‘다차 함수’…“김경수·조국과 합종연횡”
다음 달 초 도정자문위원장으로 경기도에 합류하는 전해철 전 국회의원의 행보가 이목을 끌고 있다. 옛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인 전 전 의원은 지난달 “노무현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법무법인 해마루로 돌아가겠다”며 거취를 밝힌 바 있다. 같은 시기 그는 ‘친분이 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도정 자문기구 비상임 위원장으로 위촉되며 다시 한 번 정치권의 입길에 오르내렸다.
전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친문 핵심 ‘3철’ 중 한 명으로 불렸다. 1993년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3년8개월간 민정비서관, 민정수석 등을 지내며 권력기관·사법개혁을 주도했다. 이후 안산 상록갑에서 19∼21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의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런 그는 지난 22대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지역구에서 친명(친이재명)계인 양문석 의원에게 경선에서 패하며 정치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
전 전 의원의 도정 합류는 또 다른 친문 핵심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광복절 복권과 함께 이재명 전 대표에게 쏠린 더불어민주당 내 역학 구도에 적잖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지사는 “특별한 정치세력과 관련된 건 아니다”라며 의혹의 눈초리를 떨치려 했으나, 사실상 대선 ‘장외 레이스’에 돌입한 김 지사를 향한 눈길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 ‘3철’ 전해철 합류…김경수 복권도 변수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경수 전 지사의 복권을 둘러싼 정치 세력 간 반응은 엇갈린다.
‘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 전 지사의 재등장에 민주당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당 대표 경선에 참여 중인 이 전 대표 측은 ‘라이벌 복귀’를 두고 겉으로는 환영했지만 속내는 다소 복잡해 보인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진영 강화의 콘크리트로 작용할 것”이라며 대승적 태도를 보였다.
여권 역시 달가운 표정은 아니다. 야권이 김 전 지사를 여권 분열 카드로 활용할 것이란 우려 탓이다. 일각에선 오랜 기간 정치권을 떠나 있던 김 전 지사의 복권이 당장 정치권에 위협적인 카드는 아니라는 반응도 나온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이 비명계 결집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주장에는 힘이 실리고 있다. 당장 ‘명팔이’ 발언으로 친명 지지층과 각을 세운 정봉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마음속 김경수 전 지사님은 늘 변함없이 무죄”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여의도와 멀리 떨어진 수원 광교의 경기도청 안팎에선 긍정론이 대세를 이룬다. 당장 ‘이재명 단일체제’로 비판받아온 민주당 내 역학 구도가 흔들릴 것이란 기대감 덕분이다. 김동연 지사 역시 다른 민주당 비명계와 마찬가지로 김경수 전 지사의 복권에 힘을 실어왔다. 하지만 당장 김 전 지사가 김 지사와 손잡거나 뜻을 함께하는 행보를 걷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쏠린 당내 권력의 다변화로 만족해야 할 처지다.
차기 대권을 위한 민주당의 장외 레이스도 달아오를 전망이다. 김 지사는 이미 심상찮은 행보를 보이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친노·친문 인사들의 경기도 집결 외에 잦은 호남 방문으로 민주당의 ‘심장’인 호남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자신의 집무실에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글귀를 담은 액자를 걸어놓고, 지난달에는 전남 신안군 하의도의 DJ 생가를 찾았다.
당시 김 지사의 행보를 가리켜 “DJ 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 보좌관으로 일한 인연만 놓고 보기에는 과하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올해 5월 광주 국립 5·18묘지, 6월 전남 강진·목포상고에 이은 호남행이었다.
◆ 친노·친문 ‘섀도 캐비닛’…이재명 리스크는 ‘오비이락’
이미 김 지사의 주변에는 친노·친문 인사들이 넘쳐난다. ‘섀도 캐비닛’이라 불릴 만큼 규모 역시 작지 않다.
‘핵심 브레인’으로 자리 잡은 김남수 도 정무수석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시민참여비서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을 지낸 친문 인사다.
최근 임명된 안정곤 비서실장과 신봉훈 정책수석도 마찬가지다. 안 비서실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선임행정관 출신이고 신 정책수석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올해 1월 임명된 김현곤 경제부지사 역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 선임행정관 출신이다.
민선 8기 경기도의 두 번째 ‘입’인 강민석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여기에 종횡무진하는 강금실 경기도 기후대사는 노무현 정부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핵심 인사로 꼽힌다. 친문으로 불린 민주당 염태영 국회의원도 경기도부지사로 일하며 김 지사와 두터운 관계를 맺었다.
겉으로 드러난 인사들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산하기관의 실장·처장급 인사 일부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으로 채워졌다. 도청 공무원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분위기는 도정 후반기 공공기관장 교체에 속도가 붙으면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비이락’이라고 해야 할까. 이들의 경기도행이 마냥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하는 건 이재명 전 대표에게 씌워진 사법리스크 때문이다. 위기상황이 불거지면 당내에서 역할을 할 인물로 김 지사가 종종 언급되곤 한다.
지난 3월 평산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선 김 지사가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제게 더 큰 역할을 해달라는 당부의 말씀과 저도 그 당부에 부응해 역할과 책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밝히기도 했다.
◆ 일각 “김경수·조국과 합종연횡”…이재명 대항마 입지?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하면 김 지사는 김경수·조국 등과 경쟁하거나 합종연횡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반면 이 전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은 김 지사를 향해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친명계 의원들의 경우 김 지사에 대한 반감은 상대적으로 약해 보인다.
앞서 김 지사는 경기도가 친문계 집결지라는 평가에 대해 “그런 의식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진화에 나선 바 있다. 그는 “도의 발전과 도정 성과를 내기 위해, 경기도를 위해서 힘을 보태주실 분들을 많이 모시는 과정에 있다”며 “특별히 정치세력과 관련 있는 건 아니다”라고 에둘러 말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의 도내 한 기초단체장은 “당내 상황을 고려하면 김 지사의 지나친 외연 확장은 좋게 비칠 수 없다”며 “대선에 나설 인물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건 차치하고, 도내에서조차 평가가 엇갈리는 만큼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전해철 전 의원은 다음 달 초 예정대로 도정자문위원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2022년 처음 구성된 민선 8기 도정자문위원회는 2년이 임기다. 도정 정책 전반에 관한 점검과 제언, 신규 정책 기획과 전략 수립 등의 역할을 맡는다.
앞선 1기 도정자문위원회의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강성천 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맡았다. 지난해 1월 강 전 위원장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에 취임하며 현재 위원장은 공석인 상태다. 활동 중인 위원은 모두 15명이다.
2기 도정자문위원장은 올해 6월 일찌감치 전 전 의원으로 결정된 바 있다. 당시 김 지사는 도의회 답변에서 “도정자문위원장으로 도정에도 밝고 정무적인 감각도 가진 경기도 출신 전직 국회의원 중에 한 분을 모셨으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전 의원도 “경기도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흔쾌히 하겠다”며 수락했다. 도정자문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한 셈이다.
‘김경수 복권’과 ‘전해철 영입’이란 두 변수, 김 지사가 ‘이재명 대항마’로서 입지를 다지는 대권 행보에 미칠 영향은 지금부터 지켜봐야 할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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