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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통일’로 요약된 경축사… ‘8·15 통일 독트린’ 뭘 담았나 [제79주년 광복절]

입력 : 2024-08-16 06:00:00 수정 : 2024-08-16 11: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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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북한 주민 자유·인권 촉진”… 통일 실행전략 분명히 해

1994년 민족공동체통일방안 보완
국제질서 변화 고려한 통일상 담아

민간활동 적극 지원 ‘자유인권펀드’
MB정부 추진 ‘통일항아리’와 유사

尹, 연설서 자유 50·통일 36회 언급
전문가 “통일정책 선명한 선언 택해”

“남북 대화의 문은 활짝 열어놓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다. 그동안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여야 안팎의 주문에 대해 이같이 화답한 것이다.

무대 오르는 尹대통령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러 무대에 오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한반도 전체에 국민이 주인인 자유 민주 통일 국가가 만들어지는 그날, 비로소 완전한 광복이 실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새 독트린은 시의적으로 1994년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 공동체 통일방안’ 발표 30주년을 맞아 나왔다. 그동안 벌어진 남북 간 격차와 탈냉전에서 신냉전 구도로 변화된 국제질서 등을 반영해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이라는 미래비전과 실행전략을 보다 분명히 하는 쪽으로 수정·보완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점진적·단계적 방법론을 제시한 기존 통일방안의 기본 뼈대는 건드리지 않은 채 3대 통일 비전과 3대 통일 전략, 7대 통일 추진 방안이라는 ‘3-3-7’ 구조로 마련됐다. 기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 완성’이라는 3단계로 구성됐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브리핑에서 ‘8·15 통일 독트린’이 국제질서의 변화 등을 고려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도달할 통일의 모습, 이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추진 전략이 담겨 있지 않다”며 “8·15 통일구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를 보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는 헌법 정신에 따른 자유통일 대한민국의 달성 목표를 분명히 하고, 시대적 변화와 현실을 고려한 통일 추진 전략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또다시 거부했지만 저희는 인도적 지원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영·유아, 여성, 고령자, 장애인 등 북한 취약 계층에 대해 식량, 보건을 비롯한 인도적 지원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또 북한인권국제회의를 추진하고 ‘북한자유인권펀드’도 조성하겠다고 했다.

펀드 활용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확성기라든지 대북 전단도 일부 효과가 있겠지만 굳이 남북 간 긴장을 격화시키는 그러한 아날로그적인 방식에 과도하게 의존할 생각은 없다”며 “북한도 이미 디지털화 과정을 겪고 있기 때문에 여러 경로로 북한 주민들이 바깥세상을 접할 수 있는 방도가 있다”고 했다.

이 펀드는 과거 이명박정부에서 추진했던 ‘통일항아리’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 등을 중심으로 사단법인을 구성해 민간에서 통일준비기금을 모금하는 방식이었다. 지난 7월 남북협력기금법에 민간 기부금 계정이 생긴 데 따른 방안이다.

이날 광복절 경축사의 핵심은 ‘자유’와 ‘통일’로 요약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25분간의 연설에서 자유 통일(9회), 자유민주주의(5회) 등 자유를 총 50회 언급했다. 지난해 경축사에선 27회, 2022년에는 33회를 언급한 것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어 통일(36회), 북한(32회), 국민(25회) 등을 많이 언급했고, 국제사회(10회), 북한주민(10회), 인권(10회) 등의 표현도 많았다. 다만 독립(3회), 광복(4회) 등 전통적인 광복절 관련 언급은 적었다. 연설문 분량은 약 5700자로 지난해 경축사(약 3700자)보다 길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축사에서 강조된 ‘8.15 독트린’에 대해 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 차별화하려는 의도, 남북 간 대화기구 제안이 새롭게 나왔다는 점 등에 주목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이라는 헌법 4조에 기반해 나온 원칙”이라며 “진보정부에선 평화통일에 방점이 찍혔는데, 우리의 정체성을 되찾는 작업이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이 통일을 포기하고 적대적 국가론을 말한 상황에서 한국의 통일에 대한 생각과 비전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 국제인권단체 전환기정의 이영환 대표는 “북한 인권과 관련해 이산가족 외에도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 등을 공식 언급한 것도 의미가 크다”고 했다.

반면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화합이나 화해의 메시지보다 우리가 지향하는 세계적 가치, 북한 정권과는 상극에 있는 것을 윤정부의 통일 정책으로 선명하게 선언하는 쪽을 택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당초 남북 화해 협력 기반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수정해 보려 했으나 현 정치 지형하에서 여야 합의를 통한 통일방안을 대체하는 것이 불가하다고 인식한 듯하다”고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통일이 아니라 북한 해방 선언이고, 대화 제의가 아니라 싸우자는 선전포고”라고 혹평했다.


조병욱·정지혜·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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