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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포면옥 김랜돌 사장 “전통을 이어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음식할 것”

입력 : 2024-08-16 12:00:00 수정 : 2024-08-16 11: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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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교수를 하려고 관련 과정을 밟고 있었어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들어가기 전 시간이 좀 남아서 한국에 들어왔죠. 잠시 한국에서 영어 강사를 하면서 만포면옥에서 바쁠 때 부모님을 도와드렸어요. 그런데 가게 일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렇게 일을 도와드리다가 결국 대학원을 포기하고 본격적으로 만포면옥을 맡게 됐죠.”

 

냉면은 조선 후기 집필된 규합총서((閨閤叢書·1809년 여성 실학자 빙허각 이씨가 쓴 생활 백과사전)에 최초로 기록돼 있다. 지금은 더운 여름에 먹는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이지만 냉장고 등이 없던 과거에는 겨울에 먹던 음식이었다. 특히 국물은 동치미(무를 주재료로 소금물에 각종 향신료를 넣어 담근 물김치). 즉 ‘동치미 고기국’을 냉면 국물로 규합총서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런 동치미 고기국을 국물로하는 냉면집이 있다. 바로 경기 양주(본점)와 서울 은평, 부천 현대백화점, 파주 프리미엄아울렛에서 운영 중인 ‘만포면옥’. 1972년 이북 출신인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처음 시작한 이후 아버지와 어머니에 이어 현재 아들 김랜돌까지 3대를 이어 운영 중이다.

 

만포면옥은 평양냉면을 제공한다. 평양냉면은 슴슴한 맛에 육향이 강해 호불호가 강한 음식이다. 이러한 슴슴한 고기 육수를 기본으로 메밀면을 사용하는 공통점은 있지만, 가게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여기에 만포면옥은 조금 색다른 맛을 낸다. 바로 ‘동치미’가 포함된 것. 그렇기 때문에 ‘슴슴한 맛이 평양냉면의 전통’이라고 주장하는 마니아들로부터 “평양냉면이 아니다”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2018년 북한 평양 옥류관에서 냉면에 식초와 겨자를 넣는 모습이 알려진 뒤 평양냉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며 “다양한 평양냉면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포면옥의 가장 큰 자랑은 ‘전통’입니다. 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북 출신으로 원래 영화 관련 사업을 하셨습니다. 사업 실패로 할머니께서 8남매를 먹여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시고 자그마한 식당을 하셨습니다. 이후 50여년간 할머니의 손맛이 이어 내려왔고 바로 지금의 만포면옥이 됐습니다.”

 

평양냉면이지만 기존 평양냉면 맛과 다른 만포면옥처럼, 김씨의 이력도 독특하다. 미국 국적자로 기계 공학을 전공했다. 그런 사람인 북한 음식인 평양냉면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냉면집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라고 말한 김씨는 “재미교포가 이북식 냉면을 판다는 것 자체가 참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꿈을 접고 가업을 물려받게 된 건 ‘아집’이자 ‘고집’이었습니다. 2005년 대학원 입시 시험인 GRE(미국 대학원 수학 자격시험)를 보러 일본에 가게 됐는데 우연히 들린 식당에서 ‘장인정신’을 만나게 됐습니다. 가업으로서 후손이 물려받으며 전통과 노력을 만나 굉장한 자부심으로 거듭난 것을 보고 감명받았습니다. 이후 잠시 아르바이트로 생각했던 마음을 고치고 만포면옥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임하게 됐습니다.”

 

가게를 물려받기로 결심한 이후 쉬운 길만 있던 건 아니다. 우선 본인 스스로 ‘우리는 왜 다른 유명한 평양냉면 집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당시 다른 평양냉면 집들처럼 메밀 함량을 높이고, 고기 육수도 더 진하게 끓이면 더 쉽고 빠르게 유명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고민하던 중에 할머니께서 ‘이북에 있을 때 나의 할머니께서 직접 해 주신 특유의 맛과 식감을 그대로 재현해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았는지 모르겠다’라는 말씀을 해주셨고, ‘만포면옥’이 할머니께서 50여년 동안 지키기 위해 노력하신 면과 육수의 철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러한 철학과 노력으로 만포면옥은 평양냉면을 대표하는 식당 중 하나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특히 무더위가 계속되는 지금 냉면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연일 만포면옥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온돌로 난방을 하던 시절, 실내 온도 조절이 어려워 그 더위를 식히고자 뜨거운 마룻바닥에 앉아 먹던 음식이 바로 냉면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해 얼음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며 여름 별미로 바뀐 것입니다. 더욱이 많은 분들이 더운 여름에 시원한 냉면 육수 한 모금에 무더위를 쫓는 것을 여름의 낙으로 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계절을 타는 음식이 아니길 바랍니다. 여름뿐만 아니라 흰 눈이 내린 동지섣달에도 만포면옥 냉면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한편 만포면옥은 대표 음식인 평양냉면뿐만 아니라 비빔냉면, 어복쟁반과 냉제육 등을 판매 중이다. 비빔냄명은 매콤함 맛이 일품이며, 어복쟁반은 따뜻하고 진한 국물, 냉제육은 쫀득쫀득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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