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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앞으로 다가온 VE·VJ 데이 80주년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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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17 10:16:37 수정 : 2024-08-17 10: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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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회의는 제2차 세계대전 도중인 1943년 11월28일부터 12월1일까지 이란 테헤란에서 열렸다. 3대 연합국인 미국, 영국, 소련(현 러시아)의 정상들이 개전 후 처음 한 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회의 기간 69회 생일(11월30일)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테헤란에 있는 영국 외교 공관에서 호화로운 만찬이 열렸다. 훗날 회고록에서 처칠은 영국이 3대국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전쟁을 치렀음을 강조했다. 영국은 1939년 9월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며 2차대전이 발발했을 때 바로 참전했다. 반면 소련은 독일의 침략을 당한 1941년 6월, 미국은 일본의 공격을 받은 1941년 12월에야 각각 전쟁에 뛰어들었다.

1945년 5월8일 독일군 대표인 알프레트 요들 육군 상급대장(오른쪽 두 번째)이 연합군에 대한 항복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

2차대전 승전 기념일은 크게 두 개가 있다. 독일이 연합국에 항복한 1945년 5월8일을 기리는 ‘유럽 전승 기념일’(VE Day: Victory in Europe Day)와 일본이 연합국에 항복한 날을 기리는 ‘대일 전승 기념일’(VJ Day: Victory over Japan Day)이 그것이다. VE 데이와 달리 VJ 데이의 날짜를 특정하지 않은 것은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국은 일본이 국왕 메시지를 통해 항복 의사를 표명한 1945년 8월15일을 VJ Day로 여긴다. 우리 광복절과 일치한다. 반면 미국에선 일본 정부 대표가 미 해군 전함에 승선해 항복 문서에 정식으로 서명한 1945년 9월2일이 VJ Day로 통한다. 영국의 VJ Day가 미국보다 빠른 것은 1939년부터 무려 6년 가까이 전쟁을 치른 영국인들의 극심한 피로감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난 15일 제79회 VJ 데이를 맞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조국을 방어하고 우리가 누리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치른 희생을 잊지 않는다”라는 말로 2차대전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참전용사들의 용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미래를 향한 영감을 불어넣는다”고도 했다. ‘VJ 데이’라는 용어 속의 J가 일본을 뜻하는 것이긴 하지만 정작 ‘일본’이란 국명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8월15일이 VJ 데이가 아닌 미국은 당연히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명의로 한국의 광복을 축하하는 성명이 나오긴 했으나 “한·미동맹은 철통같다”는 의례적 문구만 담겼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인이 겪은 고초를 위로하는 등의 내용은 빠졌다.

1945년 9월2일 일본군 대표인 우메즈 요시지로(梅津美治郞) 육군 대장이 연합군에 대한 항복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 마이크 앞에 서 있는 이는 연합군 최고사령관인 더글러스 맥아더 미 육군 원수. 미 국방부 홈페이지

내년에는 VE 데이와 VJ 데이가 나란히 80주년을 맞는다. 2025년 5월8일 VE 데이 기념식은 2차대전 전승국은 물론 패전국 독일까지 참여하는 성대한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가 지난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에 초대받은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은 나치 독일 몰락의 시발점이었으나 어느 누구도 독일 정상이 그 자리에 함께하는 것을 두고 시비를 걸지 않았다. 2025년 9월2일의 VJ 데이 기념식은 어떨까. 미국이 주도할 관련 행사에 일본은 초청을 받을까. 미국과 일본이 구원(舊怨)을 떨치고 이젠 맹방으로 거듭났음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작용할까. 일본의 침략을 받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입장은 배려가 될까. 같은 시간을 살고 있어도 유럽과 아시아는 분위기가 너무나 다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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