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적 인물… 바이든보다 이기기 쉬워”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말을 자제하라”는 선거 캠프 참모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을 이어갔다. 급기야 “미친 사람”(crazy person)이란 폭언까지 등장했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해리스가 더 상대하기 쉬운 후보라는 입장이나, 각종 여론조사는 경합주(州)에서 해리스의 상승세가 뚜렷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대표적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북동쪽 윌크스배러에서 선거 유세를 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그녀(해리스)의 웃음소리를 들어봤느냐”고 물은 뒤 “그건 미친 사람의 웃음소리”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그녀보다 훨씬 더 잘 생겼다(better looking)”고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앞서 여러 차례 얘기한 것처럼 “나는 그(바이든)보다 그녀(해리스)를 더 쉽게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해리스를 가리켜 “급진적(radical)인데다 미치광이 같다(lunatic)”고 공격을 퍼부었다.
정치 평론가들은 물론 트럼프 캠프의 참모들도 이런 발언이 중도층 유권자들의 이탈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리스를 인간적으로 모욕하는 내용이 포함된 연설을 계속했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실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지목했다. 이어 “해리스는 바이든과 함께 인플레이션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했어야 한다”며 책임을 해리스한테 돌렸다. 그는 “내가 대통령에 다시 당선되면 내각의 장관들과 기타 기관장들에게 ‘물가를 낮추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트럼프가 유세를 한 펜실베이니아는 선거 때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하거나 패배하는 경합주들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가 당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1%P가량 앞서 이겼다. 반면 2020년 대선에선 바이든이 트럼프보다 1.2%P 높은 득표율을 올리며 승기를 잡았다. 펜실베이니아는 대통령 선거인단 수가 19명으로 같은 경합주인 미시간(15명)이나 위스콘신(10명)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트럼프와 해리스 모두 펜실베이니아에서 표심을 잡는 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단 19일 시카고에서 개막할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해리스의 인기가 오르는 모양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는 펜실베이니아에서 해리스 지지율이 트럼프보다 2%P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고무된 해리스는 전당대회 하루 전인 18일 버스를 타고 펜실베이니아 서부 지역 일대를 도는 적극적인 유세를 벌일 예정이다.
다른 경합주들 가운데 애리조나와 노스캐롤라이나도 각각 50%(해리스) 대 45%(트럼프), 49%(해리스) 대 47%(트럼프)로 해리스가 우세한 상황이다. 트럼프 강세 지역 중에서 네바다는 47%(해리스) 대 49%(트럼프), 조지아는 46%(해리스) 대 50%(트럼프)로 나란히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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