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화재 걷잡을 수 없는 피해”
“마땅히 설치할 공간 없어… 반대”
지자체 화재 예방대책 중구난방
정부, 9월 종합 가이드라인 예고
경기 부천시 600여 세대 규모 한 아파트 커뮤니티에는 최근 지하 전기차 충전시설 이전을 놓고 설전이 오가고 있다. 주민 A씨는 “만일 지하에 불이 나면 공용배관, 수도시설이 망가져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며 화재 위험성을 경고했다. “너무 불안하다” “안전이 최우선” 등 동조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주민 B씨는 “지상에는 공간이 없는데 어디다 설치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충전기를 설치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문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면서 철거를 찬성하는 주장에 일침을 가하는 댓글이 뒤따랐다.
최근 인천 청라아파트 지하주차장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노상에서 잇따라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전국의 아파트단지마다 지하 전기차 충전시설 폐쇄 및 지상 이전을 놓고 주민 간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 월성동의 한 아파트는 최근 충전기 23개를 모두 지상으로 옮겼다. 이 아파트 주민자치위원장은 “전기차는 충전 중이 아니더라도 불이 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지하 충전기는 철거하고 지상에 충전기를 새로 설치했다”고 전했다. 경기 안양시 한 아파트 입구에는 최근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금지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주민 3분의 2가량이 지하주차장 충전시설 이용 금지에 동의했다”고 했다.
이 같은 조치에 전기차 소유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화 정책에 따라 정부가 보조금까지 주면서 구입을 권장해 놓고 대책도 없이 철거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온라인 소통공간에는 “전기차 화재 발생 확률이 내연기관차보다 낮은데, 차별을 두는 건 비합리적”이라는 반대 의견이 올라왔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하 충전시설의 지상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시청 지하에 설치된 충전시설 5대를 당분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관용 전기차를 모두 지상에 주차하고 개인 소유의 전기차 현황도 파악해 지하주차장 이용을 금지할 방침이다. 전북도는 지하주차장의 전기차 충전시설 19대 중 9대를 이달 중 지상으로 옮기기로 했다. 대전시는 지하주차장의 전기차 충전시설 17개를 폐기하고 지상에 13개의 충전시설을 새로 설치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자체별로 중구난방인 전기차 충전구역 가이드라인의 문제점을 파악해 9월 중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LH는 최근 소방청에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구역 화재대응을 위한 정책제언’을 제출했다. 기존 ‘열 감지기’ 외에 ‘연기 감지기’를 추가하도록 하고, ‘표준형 스프링클러 헤드’ 대신 ‘조기반응형 스프링클러 헤드’를 설치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한편, 전기차는 아니지만 이날 오전 11시56분엔 전북 김제시 공덕면의 선박제조공장에서 리튬배터리를 충전하던 청소선에서 불이 나 4억9000여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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