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내수진작 저해 우려” 불만
이례적 반응… 韓銀 독립성 침해 지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역대 최장 기간인 13차례 연속 동결했다.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아쉽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통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금리를 현 3.50%로 동결한 이유에 대해 “금리를 높게 유지함으로써 내수 부진이 더 가속화할 수 있지만,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부동산 가격과 그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 위험 신호를 지금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해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내수진작보다는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한은이 이자율을 급히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함으로써 부동산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금통위원은 지난달 2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금통위원이 절반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지만 내수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통령실이 한은의 금리결정에 직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은 이례적으로, 한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6월 성태윤 정책실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어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부분이 있다”고 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달 “금리는 내려갈 방향밖에 없다”며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다.
이날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2분기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 속보치)이 -0.2%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 들어서도 민간소비 등 내수가 개선되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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