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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시장 추진한 사업 제동 걸었다가 ‘408억원’ 물어주게 된 남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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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23 17:45:05 수정 : 2024-08-23 17: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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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시가 전임 시장 시절 추진한 광한루원 테마파크 내 모노레일-집라인 관광개발사업에 제동을 걸어 수백억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주게 됐다. 남원시는 당초 민간사업자와 체결한 협약에 위법한 독소조항이 있어 원천 무효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지만, 협약을 무효로 볼만한 중대한 하자가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어서 2심에서도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남원테마파크 모노레일

전주지법 남원지원 민사부(부장판사 김유정)는 남원 모노레일·집라인 관광개발 사업자에게 자금을 빌려준 금융대주단이 보증을 선 남원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남원시는 408억원과 그동안의 지연 이자를 대주단에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금융대주단은 민간 개발 사업자가 필요한 자금을 투자·조달해 주기 위해 설립된 회사들이다. 민간사업자인 남원테마파크㈜는 전임 이환주 시장 때인 2017년 남원시가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며 광한루원 테마파크에 모노레일과 집와이어, 루지 등 레저사업을 추진하면서 선정한 업체다. 남원시는 2020년 6월 업체와 실시 협약을 통해 해당 시설물이 완공되면 기부채납하는 대신 20년간 운영권을 부여하는 조건에 서명했다.

 

이에 업체는 남원시가 보증을 서는 조건으로 대주단으로부터 425억원의 사업비를 대출받아 어현동 일원에 길이 2.44㎞ 규모의 모노레일과 도심을 가로지르는 집라인 등을 갖춘 놀이 시설을 협약 체결 2년 뒤인 2022년 6월 완공했다. 시설을 운영하는 직원도 20명을 새로 뽑았다.

 

하지만, 남원시는 협약에 명시한 시설 기부채납과 사용수익 허가를 이행하지 않았다. 시설 완공 시점에 이뤄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현 최경식 남원시장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당시 남원시는 “민간사업자와 체결한 협약이 강행법규 위반으로 원천 무효이기 때문에 이행할 수 없고 시가 그 손해를 배상할 이유도 없다”며 법적 다툼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남원테마파크 집라인

민간사업자는 결국 시설을 준공하고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고 임시 개장으로 운영 방안을 모색하다 결국 2년여 만인 올해 2월 운영을 중단하고 남원시에 실시협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사업자는 당시 “남원시가 협약과 달리 시설 운영에 비협조적이어서 경영난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며 “더는 놀이시설을 운영할 수 없어 협약 해지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주단은 사업이 중단된 것은 남원시에 책임이 있다며 보증을 선 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대주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남원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사용·수익 허가를 제때 하지 않아 시설 개장이 지연됐다”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개장이 아닌 임시 개장의 형태로 시설물을 운영하던 업체가 결국 실시협약을 해지하는 결과를 낳게 된 만큼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남원시가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테마파크 사업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전임 시장 시절의 사업성 예측 자체가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특히 남원시가 의회로부터 사업 동의와 대출약정 승인 절차를 거친 민간사업자와 체결한 실시협약을 무효로 볼만한 중대한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남원시가 사업자의 시설 반납 이후로도 대체 사업자를 선정하려 시도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원리금 상환을 요구하는 대주단의 청구는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남원시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의 뜻을 밝혔다. 남원시는 “민간사업자와 체결한 실시협약에 ‘협약 해지 시 남원시가 대출 원리금을 배상’하는 등 위법한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따라서 처음부터 강행법규 위반으로 협약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민간사업자가 대기업을 대표사로 앞세워 과도한 수요 예측과 사업 수익구조 왜곡으로 기망적 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대출금액을 부풀렸다”며 “그런데도 대리금융기관에서는 사업 타당성과 수요예측 등 사업 계획에 대한 검증 없이 남원시의 신용보강을 빌미로 민간사업자에게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라면서 대주단 측의 과실이 명백하다는 입장이다.

 

남원시 관계자는 “대주단의 과실이 1심 재판부를 통해 판단되지 않은 부분과 부당함을 항소심에서 호소하고 소송대리인과 법적 대응 논리를 보강해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고 시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남원테마파크㈜는 2022년 7월 “남원시가 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아 시설 완공 이후 두 달간 피해를 봤다”며 남원시를 상대로 5억7000만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1심 법원은 “남원시가 1억77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에 남원시가 불복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인사는 “설령 독소조항이 내재됐더라도 법적으로 유효한 협약이라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쪽이 그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며 “행정이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추진한 사업일수록 철저한 사전검토와 함께 합법적인 절차 이행을 통해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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