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18일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표 선거 사상 최고득표율(85.4%)를 기록하며 연임에 성공했다. 민주당 계열에서 대표직 연임은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이후 28년 만이었다.
이 대표는 ‘용산 대통령 윤석열, 여의도 대통령 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입법 권력을 장악한 거대 야당을 자신의 ‘일극 체제’로 구축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재명의 길’이 차기 권력을 둘러싼 쟁탈 무대가 될 정도로 비중과 무게가 커진 것이다.
이 대표는 이번 주에 연임을 축하하거나 코로나19 확진을 위로하는 선물을 받았는데, 각각의 선물을 보낸 인물과 그 파장만 봐도 현 정치권의 ‘축소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尹과 ‘축하 난’ 놓고 ‘옥신각신’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축하 난’ 전달을 놓고 사흘간 입씨름을 이어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표 당선 다음 날인 지난 19일 “아침부터 (홍철호) 정무수석이 이재명 신임 대표에게 대통령 명의 축하 난을 전달하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에 곧장 공지를 내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민주당은 정무수석 예방 일자와 관련해서 조율 중이었으며 축하 난 전달과 관련한 어떠한 대화도 나눈 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20일 “대통령의 축하마저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응수했다.
통상 주요 정당 신임 대표가 취임하면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대통령의 축하 난을 들고 예방을 가지만, 양측 갈등이 불거지며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
양측은 이후 소모적인 논쟁을 자제하기로 했지만, 이러한 갈등 이면에는 이 대표가 제안한 ‘영수회담’에 대한 셈법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영수회담과 특검을 맞바꾸려 한다”고 주장했고, 대통령실에선 “이 대표 측이 영수회담을 압박하기 위해 축하 난 전달 일정을 빨리 잡지 않은 것”이라는 성토가 나왔다.
◆‘선인장’ 주고받으며 조국과 ‘브로맨스’ 연출
이 대표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보낸 ‘선인장’에 대해선 “꽃을 피우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조 대표는 통상의 난(蘭) 대신 선인장을 축하 선물로 보내며 “사막이라는 열악한 조건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식물”이라며 “선인장의 꽃말이 열정, 뜨거운 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민주당과 우리나라를 끌고 나가주시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조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선인장 선물을 하시길래, 저는 말씀 안 하셔도 진심을 잘 안다. 귀한 꽃을 반드시 피워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시’가 있는 선인장 선물에도 ‘이심전심’ 서로의 뜻을 이해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의 관계는 ‘경쟁적 협력관계’이고 서로 기대지 않으면 넘어질 수 있는 ‘사람 인(人)’자와 같은 관계”라며 “우당(友黨)으로서 최종적인 정권교체에 힘을 합치자”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이 대표에게 국회 원내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위한 법 개정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적대적 공생관계 韓, ‘과일 바구니’ 전달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23일 이 대표에게 ‘과일 바구니’를 보냈다. 전날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아 병원에 입원 중인 이 대표의 쾌유를 기원하는 차원에서다. 한 대표 명의로 ‘쾌유를 빈다’는 메시지를 적어 민주당 대표실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재명∙조국’이 ‘경쟁력 협력관계’라면 ‘한동훈∙이재명’은 ‘적대적 공생관계’에 가깝다. 이 대표의 코로나 확진으로 회담이 순연됐지만, 두 사람이 ‘오로지 민생’을 외치며 신속히 뜻을 모은 데는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공통분모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와 경쟁하며 대치∙협상하는 시간은 한 대표의 성장 과정이고, 수권을 위해 중도를 향하고 있는 이 대표에게도 마찬가지다.
한 대표는 이날 “여야 대표 회담이 11년 만이라고 하던데 (회담을) 추진해서 정치를 복원해보려고 한다”며 “이 대표가 빨리 쾌차해서 우리 회담을 생산적으로 이끌어내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건넨 과일은 두 사람 모두에게 득이 될 민생, 즉 ‘중도’의 민심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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