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샤워기 물 맞으며 버텼다”…20대女, 자욱한 연기 속에서 어떻게 생존했나?

입력 : 2024-08-23 22:00:00 수정 : 2024-08-23 22:27:3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샤워기에서 뿜어 나온 물이 ‘수막’ 형성…일시적으로 유독가스 차단 효과”

"대피하라는 안내도 없었어요. 화장실에서 샤워기 틀고 버티며 구조를 기다리다가 기절했어요."

 

MBC 캡처

 

23일 경기 부천 화재 호텔 생존자인 20대 여성 A씨는 연기로 뒤덮인 객실에서 간신히 구조되던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모 대학 간호학과 학생인 A씨는 최근 부천의 대학병원으로 실습받으러 왔다가 이곳 호텔 806호에 머물게 됐다. 발화 지점인 810호 객실과는 멀지 않은 곳에 투숙하고 있던 만큼, A씨는 금세 불이 난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타는 냄새를 맡고 객실 문을 열었는데 복도 전체가 회색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며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는 현관문을 닫고 객실 반대편 창문을 열어봤지만, 연기가 확산하는 것을 보고 당장 내려가면 위험하다는 생각에 모든 문을 닫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는 다급히 119에 전화를 걸었고 소방대원의 안내에 따라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화장실 문을 수건으로 막고 샤워기를 틀었다.

 

긴박한 순간이었지만, 샤워기에서 뿜어나온 물이 수막을 형성해 일시적으로 유독가스 차단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정보가 뇌리를 스쳤고 A씨는 지체 없이 행동했다.

 

A씨는 두려움 속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며 화장실에 머물렀고 여러 차례 인명 수색 작업에 투입된 소방관들에 의해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그는 "화장실에서 얼마나 기다렸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누군가 화장실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문을 열려고 했는데 힘이 빠지면서 그대로 기절했다"며 구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A씨 가족은 이날 A씨의 노트북과 지갑 등 숙소에 남겨진 짐을 찾으러 화재 현장을 다시 찾았다.

 

A씨 어머니는 "간호학과생인 딸이 샤워기를 틀고 잘 대응해준 것 같다"며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있을 때 이런 대응 방법들이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로 인해 사망 7명, 부상 12명 등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불길은 호텔 건물 전체로 번지지는 않았으나 내부에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진 데다 객실에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가 컸다.

 

2004년 준공된 이곳 호텔 건물은 모두 63개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화재 당일 27명이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박신혜 '미소 천사'
  • 박신혜 '미소 천사'
  • 이세영 '청순미 발산'
  • 뉴진스 다니엘 '반가운 손 인사'
  • 박규영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