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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에 특허 뺏긴 발명가… 법원 “유족에 23억 배상”

입력 : 2024-08-26 06:00:00 수정 : 2024-08-26 02: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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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직물염색 기법 홀치기 발명가
남산서 가혹행위 등 포기 강요당해

박정희정권에 의해 염색 기술 특허권을 뺏긴 발명가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재판장 이세라)는 직물 특수염색 기법인 ‘홀치기’를 발명한 신모씨의 자녀 2명에게 국가가 총 7억300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연이자를 합하면 총 23억6000만여원이다.

재판부는 “신씨는 불법 감금돼 심리적, 육체적 가혹행위를 당해 소 취하서에 날인하게 됐다”며 “회복하기 어려운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신씨는 자녀가 재차 진실규명을 신청하기 전에 사망해 생전에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좌절됐다”며 “공무원에 의해 조직적이고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일어날 경우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홀치기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직물 특수염색 기법이다. 신씨는 5년여에 걸친 소송전 끝에 1969년 특허권을 얻었다. 이후 기술을 모방한 다른 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 1972년 1심에서 5억2000만여원을 배상받기로 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후 신씨는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해 남산 분실로 끌려가 손해배상 소송 취하와 특허권을 포기한다는 자필 각서를 쓰도록 강요당했다.

신씨가 끌려가기 전날 열린 수출진흥 확대회의에서 홀치기 수출조합이 상공부 장관에게 “민사소송 판결 때문에 수출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고 건의했고, 이를 보고받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신씨는 2006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으나 각하됐고, 명예회복을 하지 못한 채 2015년 세상을 떠났다. 이후 유족은 과거사위에 다시 진실규명을 신청했고 지난해 2월 진실규명 결정을 받아냈다. 이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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