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뉴스처럼 제작 사용자 혼란
전문가 “신중한 소비자 될 것 요구”
“미국은 북한과 동맹이라는 매우 중요한 관계를 공유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022년 9월 한국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을 당시 연설에서 미국과 한국의 동맹을 강조하려다 한국을 ‘북한’이라고 말하는 실수를 했다.
미 대선을 앞두고 해당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시 퍼졌다. 미스터 레이건이라는 엑스(X·옛 트위터) 사용자는 지난달 26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AI를 활용한 영상·이미지 합성 조작물)를 활용해 해리스 부통령을 저격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해당 장면을 끼워 넣었다.
영상은 해리스 부통령의 조작된 목소리가 자신이 대선 후보가 된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노망 때문이라며 “나는 국가운영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말하는 장면 등이 포함됐다. 해리스 부통령의 목소리는 조작됐지만 영상에 포함된 연설 장면이나 지지자들이 환호하는 모습 등은 실제 영상이고, 한국을 북한으로 말실수하는 영상 역시 실제 영상을 사용했다.
최초 영상 게시자는 영상에 ‘카멀라 해리스 캠페인 광고 패러디’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해당 영상을 패러디라는 표시 없이 자신의 엑스에 게시했고, 영상 조회 수는 순식간에 1억회를 넘기며 논란이 확산했다.
해당 영상을 두고 머스크의 게시물이 ‘사람들을 속이거나 혼란스럽게 하여 해를 끼칠 수 있는 합성, 조작 또는 맥락에서 벗어난 미디어를 공유해서는 안 된다’는 엑스의 정책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해당 정책이 미디어의 진위에 대한 심각한 혼란을 끼치지 않는 한 밈(meme·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과 풍자에 대한 예외 조항을 두고 있어 조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맞섰다.
논란이 확산하자 머스크는 엑스에 “세계적인 권위자인 서곤 디즈너츠 교수에게 확인한 결과, 미국에서 패러디는 합법이라고 한다”는 글을 올렸다. 머스크가 언급한 교수 이름 역시 미국의 욕설(suck on) 등을 조합한 가짜 이름으로 자신에 대한 공격을 조롱했다.
엑스 소유주이기도 한 머스크가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도 계속된다. 미국 워싱턴과 영국에 본부를 둔 비영리조직 디지털증오대응센터(CCDH)는 지난 8일 보고서에서 머스크가 올해 1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미 대선과 관련해 거짓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게시물을 50건 이상 게시했고, 해당 게시물의 조회건수가 12억건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적 메신저 텔레그램의 창업자이자 CEO인 파벨 두로프가 24일 전격 체포된 이유도 텔레그램이 아동 학대 등 유해 콘텐츠와 테러, 극단주의 콘텐츠, 가짜뉴스 확산의 진원지가 됐지만 이를 막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패러디와 풍자, 가짜뉴스 사이의 경계는 가짜뉴스 대책을 논의할 때 단골 소재 중 하나다. 패러디와 풍자 등을 통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패러디와 풍자 콘텐츠를 실제 뉴스로 받아들이게끔 제작해 사용자의 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가짜뉴스의 부작용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를 처벌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노스캐롤라이나 센트럴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교수인 로라 그레이엄은 미 경제지 포브스에 “오늘날의 미디어 시장은 시청자가 더 신중한 소비자가 될 것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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