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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좌파 단독 정부 안 돼… 중도·우파와 연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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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27 09:51:03 수정 : 2024-08-27 09: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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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1당 NFP가 추천한 총리 후보 임명 거부
좌파 정당들 “총선 민심 무시… 탄핵도 가능”

지난 7월 프랑스 하원의원 총선거에서 좌파 연합 신인민전선(NFP)이 원내 1당으로 떠올랐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NFP에 새 정부 구성을 맡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NFP가 차기 총리 후보로 추천한 루시 카스테트 파리시 재정국장을 총리에 임명할 뜻이 없다는 얘기다. 마크롱은 NFP를 구성하는 세력 중 사회당과 공산당, 녹색당을 향해 “중도 및 우파 세력과 연대하라”고 촉구했다.

 

26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마크롱은 이날 오후 발표한 성명에서 “좌파 정부는 다른 정치 세력들의 강력한 반대를 받을 것”이라며 “출범 직후 하원의 불신임 투표에서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불안정만 초래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7월 총선에서 NFP는 193석을 얻어 의회 다수당이 되었다. 마크롱의 중도 집권당은 의석을 많이 잃으면서 2위로 내려앉았고,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 143석을 차지해 3당으로 약진했다. 하원 전체 577석의 과반(289석 이상)을 확보한 단일 정치 세력은 없는 셈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25일(현지시간) 파리 해방 8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크롱의 말은 원내 과반 의석에서 100석 가까이 모자란 NFP가 총리를 배출하고 단독으로 정부를 꾸린다면 의회 신임을 받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프랑스에서 총리와 그의 내각은 의회의 신임 대상이다. 불신임 결의안이 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하원을 통과하는 경우 총리는 물러나야 하고 정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미 극우 진영을 중심으로 “NFP가 단독 정부를 구성하면 불신임 투표를 추진할 것”이라고 벼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를 의식한 듯 마크롱은 “국가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거나 약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NFP에 속한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에게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다른 정치 세력들과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NFP를 구성하는 세력 중 가장 덩치가 큰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극좌 성향의 LFI는 프랑스 국내에서 극우 성향의 RN만큼이나 위험한 집단으로 통한다. 마크롱은 앞서 여러 차례 “LFI가 정부 구성 및 운영에 참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지금과 같은 교착 국면의 타개를 위해 마크롱은 27일부터 주요 정당 지도자들과 대화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미 사의를 표명한 가브리엘 아탈 총리의 과도정부가 당분간 프랑스를 계속 이끄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NFP가 추천한 카시테트의 총리 기용은 늦어지거나 아예 불발할 수도 있다. 카스테트는 지난 23일 엘리제궁에서 마크롱과 만나 “당장 오늘부터라도 다른 정치 단체와 대화하고 연정를 구성할 준비가 돼 있다”며 총리직 수행에 강한 의욕을 내비친 바 있다.

25일(현지시간) 열린 파리 해방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가브리엘 아탈 총리. 7월 총선에서 집권당이 참패한 뒤 사표를 제출한 아탈은 마크롱이 새 총리 임명을 미루면서 임시로 프랑스 정부를 이끌고 있다. EPA연합뉴스

마크롱의 이같은 행보에 NFP를 구성하는 세력들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녹색당은 “(NFP가 1당이 된) 총선 결과를 무시하는 마크롱의 언행은 치욕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LFI는 한술 더 떠 “하원에서 마크롱을 상대로 탄핵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 출범 이래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사례는 없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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